2011. 6. 25. 13:34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Bad Samaritans and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나쁜 사마리아인들 - 8점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된 새로운 국제 무역체제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과거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써먹었던 무역과 산업 정책의 여러가지 도구들을 가난한 나라들이 사용할 수 없게끔 방해하고 있다. 이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는 대상은 관세와 보조금만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의 규제, 외국인 지적소유의 '침해'까지 포함된다.

얼마 전 Standard Chartered 제일은행 노조가 경고성 시한부 파업을 벌인데 이어 또 파업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와 '외국인 투자가 필요한가'를 논한 부분이 아주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외국인 투자가 마치 도깨비 방망이나 마법의 지팡이라도 되는냥 분위기를 띄우고, 멍석을 깔기 바빴다.

외국인 투자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음은 물론이지만 이런 시기가 되고 보니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는 말에 별 설명이 붙지 않아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업에는 자본이 장땡이며 돈을 출자한 쪽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게 당연한데 이들은 어느 나라든 태어난 국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결국에는 자본을 투자한 나라가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 있는 국적을 여러모로 더 많이 고려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SC 제일은행의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장하준씨는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시종일관 '자유 무역(Free Trade)'이 왜 좋지 않은가를 논하면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유 무역 옹호론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견지를 피력하며 그들의 모순점을 시원하게 까발리고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논하므로 자유 무역이 절대적으로 좋다거나 또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 무역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당연히 모든 나라가 경계와 장벽을 허물고 자유 무역을 해야 하며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경제는 발전하고 풍족해진다는 논리를 기본 뼈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 시대를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1997년 IMF로 인해 경제와는 전공도 달랐고 아는 것이 전혀 없었던 내가 경제를 공부하게 만들었고,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소고기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우리나라 정치(물론 앞으로도 관심은 없겠지만)를 살펴보게 만들었다. 어디 그 뿐인가. 배우를 천직으로 삼고 연기하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한 여자를 투사로 만들고, 무엇보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대학생들을 생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게 된 것은 대학자율화라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기업들도 틈만 나면 '규제 완화'를 외쳐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유화'라는 용어로 대변되고 있다. 웃긴 것은 수구꼴통이라는 한 단어로 집약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일생에 도움 안되는 세력들이 어떤 단체를 만들면 꼭 '자유, 민주, 통일, 평화...'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다. 그야말로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빛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으로 그들을 지칭하고 싶다. 이런 단어들만 들어간다고 과연 그 단어들이 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자유화라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방임'이나 '방종'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 지금의 대학등록금이 대표적인 경우로 급부상하고 있는 요즘이다. 대기업의 금산분리 완화니 DTI 규제 완화, 각종 공기업의 민영화 등이 모두 그런 기류에 속한다. 이 또한 작금의 수도요금 민영화라든지 문제없이 잘 나가고 있는 `인천공항`의 매각이나 민영화와도 무관치 않다.

불행히도 인간들은 탐욕에 쉽게 눈이 멀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일정 지위에는 그에 준하는 '책임'을 지운다라는 의미가 된다. 허나 지금의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무늬만 지도층들과 관련 기관의 책임자들은 이 책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점진적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채택하기 위해 말없이 서서히 판을 짜 나간다. 그러다 문제가 불거지면 3단계 쉴드질을 하니 첫째는 오해요, 둘째는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고 하다가 세번째는 더 이상 쥐마왕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사퇴 결심을 한다. 그러면서 법적인 처벌은 피한다.

세계화라는 것도 윗단락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다만 그 주체가 선진국과 그 안의 빵빵한 자본력을 보유한 세력들이라는게 차이일 뿐이다. 즉, 그럴싸한 좋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뒤로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환경과 토대를 마련해 놓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에게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그것은 병력이 월등히 차이나는 두 군대가 평평한 평지에서 전투를 벌이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이종 격투기 경기에서 체급을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선진국들이 한 두가지 솔깃한 떡밥을 던진다고 해서 애초 싸움이 안되는 경기를 벌인다는 것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당장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미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경제와 교역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흐르게 된 계기가 90년대 중반의 GATT와 우루과이 라운드였다. 이미 그때 전세계적으로 말들이 많았으며 격렬한 논쟁과 저항이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은 벌써 그 이전부터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GATT가 이름을 바꾼 것이 WTO이고, 이 기구는 선진국과 그 자본세력의 대변 기구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협상대표들은 등 뒤로 주먹을 감춘채 다른 한 손을 개발도상국과 후진개발국들에게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알듯 모를듯 야릇한 미소를 띈채로 말이다. 그 의미는 자기들이 내건 조건을 수용하라는 것이고, 그것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이다.

자유무역(FTA)이 개발도상국이나 후발주자 국가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논리들 중에서 한 두 가지는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 무역을 시행한 최악의 경우를 똑똑히 볼 수 있으니 그것은 북미와 멕시코간의 자유무역 협정인 NAFTA이고, 나는 이걸 '나쁘다'라고 부르고 싶다. 한때 전도 유망하던 멕시코가 비참하리만치 추락하고, 남미의 대표적인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브라질은 최근 룰라 대통령의 눈부신 활약으로 경제가 상당히 회복되기도 했다.)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제 위기를 겪었던 어려움도 있었다.

이 책들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영국과 미국 등 우리보다 먼저 앞서 경제를 일으키고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 그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지 말것을 요구하고 있는 보호무역과 자국산업 보호 및 보조금 정책, 관세 조절로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즉, 어느 정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자유무역이 아니라 그 반대로 규제와 정부의 산업보호와 정책적 보조가 있어야 함이 역사적인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자유 무역의 이익과 그로 인한 발전을 신봉하는 쪽에서는 이런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자기들의 이론과 논리에 유리한 점만 들추어가며 저개발국이나 이제 경제발전을 시작하는 국가들에게 자유 무역을 국가정책으로 정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처음부터 자유 무역을 시작하는 것은 이제 싹이 튼 산업이 아무런 바람막이나 보호장치없이 막강한 자본력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무장한 선진국과 경쟁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경쟁력을 갖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며 이건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러면 경쟁력에서 뒤진 후발주자 국가들은 첨단 기술 산업을 접게 되고, 그 나라에서 나는 1차 산업물이나 단가가 매우 싼 저가 제조업으로 전환될 소지가 크므로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서로 올리브 나무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을 하는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자유 무역'이 가져오는 폐해이자 이면에 드러나는 본색이다.

자국 산업의 보호와 관세를 이용해 이미 경제의 규모가 커진 선진국들은 더 이상 보호무역을 할 필요가 없거나 그렇게 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게 되니 자유 무역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는 해도 문제는 다른 모든 국가에 이런 논리를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각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려나 배려없이 모든 것을 나쁜 사마리탄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는 것은 또 하나의 제국주의 침략이라고까지 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세기 군사력으로 제국을 확장했다면 이제는 점점 자본을 앞세운 경제력으로 더욱 교묘하게 제국주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후발 저수준 국가들을 상대로 해서 합법을 가장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교묘한 `착취`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됨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가 자유 무역이나 세계화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나쁜 건 더 잘배운다고 그들을 닮아가는 우리네 기득권층 역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미 엄청난 자금을 확보해놓고 있으면서도 어려울 때 세금으로 목숨을 살려준 국민과 서민들을 외면하며 투자와 고용을 꺼리는 대기업을 위시해서 역시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보유하면서도 등록금을 못올려 안달이 나 젊은 대학생 친구들의 꿈을 좀먹는 경쟁력 희미한 대학에다 국민들을 우습게 보며 울타리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무늬만 지도층이 즐비한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고 의식이 깨어나 똑똑해지는 길밖에는 없다.

그래서 IMF, 세계은행 IBRD, WTO 라는 `사악한 삼총사`와 여기에 FRB, 국제적 투기세력인 헤지펀드를 더한 '글로발 오적' 그리고, 이들의 행태를 어깨 넘어 배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개독과 독재정권에 빌붙어 기생하며 부동산으로 뱃때지 기름때 칠해 온 토건 마피아에다 함께 정경유착으로 결탁해 온 수구꼴통들의 분명한 정체와 음흉한 계획을 잘 간파하는게 필요하다.

이제 한- EU FTA에 이어 한-미 FTA까지 발효되면 우리도 그 '자유 무역'이라는 걸 하게 된다. 우리 역시 산업이 한창 성장하고 수출이 이루어지던 70년대에는 보호무역과 정부의 산업보조 정책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과연 모든 걸 해제하고 미국의 경제력과 맞붙기에  충분한 자본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까.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도 분명 있겠지만, 물량 공세로 들어오는 농산물과 개발도상국은 입맛만 다시며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지적 재산권'은 어떤 식으로든 대처를 하기가 힘에 부쳐 보인다.

더군다나 미국과는 자동차와 소고기가 국민 정서와 더불어 첨예하게 엮여져 있기도 하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협정을 다시 체결했다는 것인데 이것이야 말로 유일무이한 국제적 코미디가 아닐런지.. 우리에게 유리한 자동차 분야는 손해를 보면서 불리하게, 우리에게 불리한 미국 소고기는 더욱 손해를 보면서 엄청 불리하게. 이런 불평등 조약이 2000년이 넘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그저 현실로만 받아들이고 있어야 하는지. 만약 우리가 먼저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을 재협상 하자고 했다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Funny Yellow Monkeys'라고 하면서 비아냥거리지 않았을까, 'Evil White Pigs' 주제에.

<나쁜 사마리아인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패키지 (전2권)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출판 : 부키 200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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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에 불만이 있었다면 바로 이 한미 FTA와 미국 소고기 수입이었는데 만약 그때 협정을 체결하고 발효했더라도 지금처럼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어이가 없는 것은 일본에 할말 못하고 미국에 알아서 기는 저자세의 주어가 없는 이가 배알도 없이 다 퍼줬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시절이 올 것이라는 점. 그렇다고 대기업도 결국에는 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어디까지나 불안감으로만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이건 현실이 될 가능성 또한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설마하니 미 제국주의 양키들이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전망을 배려할리가 있겠는가. 암 그럴리 만무하지... 그래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것이고.

정말 재미있는 점은 미국이라는 자본세력의 숙주도 상당부분 허물어지기 시작한지 오래라는 것이다.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미국은 이미 파산상태라는 보고서와 주장도 나왔다. 이것은 트랙백으로 엮여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그 외에 언제부턴가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것이 오히려 정상이 된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적 규모의 다양한 재난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으니 과연 일루미나티 혹은 프리메이슨 또는 빌더버그나 NWO 등등 제목이 뭐가 됐든지 달러 붕괴와 함께 경제 대공황과 새로운 괴질 전염병에 이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계획이 먼저일지 2012~2013년 혹은 그 이후를 기점으로 지구와 인류 의식의 대전환이 먼저일지가 남은 궁금증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가장 똑똑하다고 여겨지던 이들이 사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은행가나 금융 전문가들이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예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 인간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될 만큼 똑똑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