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12:08

이명박의 실정을 정조준한 책 `MB의 비용`

MB정권 실정 비용 수치로 추산…"과거 잘못 거울삼아 관행 개혁해야"

재임기간 공기업 3곳 빚만 42조

이명박 정권의 잘못에 대한 논의가 출판을 통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한 자서전 '이명박 회고록'이 2월2일 출간 예정인 가운데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지적한 'MB의 비용'이 그 다음 날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등 16인의 전문가들이 MB정부가 발생시킨 문제들을 짚으며 그 피해 금액을 주장한 내용을 묶었다. 저자들은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 권력형 비리, 언론 장악 등 MB가 5년간 집권하면서 남긴 막대한 피해의 유산을 살핀다.

특히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가 국가에 큰 채무를 남겼다고 지적한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는 주요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새로운 빚만 해도 42조 원에 이른다고 썼다. 이는 올해 국방 · 외교 · 통일 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이며 1977년부터 2008년까지 해외 자원개발에 쓴 돈보다 수 배나 많은 금액이다. 이렇게 빚을 져 투자했지만, 투자성과는 고사하고 손해만 봤다고 고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등 모두 여섯 건의 해외자원개발 과정을 분석해 최대 10조 원의 손해액을 도출해낸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MB정부의 대표적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무려 22조 원이 넘게 든 이 사업은 현재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 큰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유지관리비, 하천정비비용, 취수원 이전비, 추가 인건비 등을 근거로 하여 앞으로도 84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 롯데그룹과 포스코, KT 등에 대한 기업 특혜와 비리로 발생한 피해가 3조∼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책 속에는 제2롯데월드 허가, KT 무궁화위성 매각, 원전 불량케이블 납품, 한식세계화 예산 등도 포함됐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KT · 포스코의 내리막길과 롯데와 MB의 유착 등 MB 시절 기업 경영정책의 문제점을 살피는 한편, 김윤옥이 자행한 한식세계화 사업의 실망스러운 행보를 짚는다.

아울러 책은 여섯 개의 주제를 놓고 이뤄지는 대담도 수록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의 기원 역시 이명박 정부에 있다고 했다. "롯데그룹과 특별한 관계에 있던 MB는 일사천리로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막대한 정치외교적 비용, 권력형 비리,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는 인사 검증 시스템 미비, 잘못된 조세 재정 정책 방향과 권력의 언론장악 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개진된다.

유종일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조금만 지나면 잊히고,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곤 한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법제도와 관행을 개혁해나가야 함은 물론, 심각한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 추궁과 처벌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MB 정권의 일탈과 잘못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을 엮은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는 "이 책이 결코 MB 개인을 인격적으로 탓하거나, 소위 반MB를 정교하게 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고 했다. "MB의 비용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과제라는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기획"이라는 것이다. 출판사 알마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 비용을 경제적 수치로 추산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달 3일 출간예정이며 364쪽이고, 가격은 1만 6,000원.

여기에 덧붙여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잊지 말아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청계천 상인들, 용산참사에 스러져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피같은 돈을 날린 사람들의... 눈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