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2. 23:21

<영화 리뷰> `판도라`, 현실이 되지 않기를

`불조심`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본인과 가족도 위험하지만 요즘같은 집합건물에서는 다른 집들로 번지면서 타인의 목숨과 재산까지 홀라당 다 태우기에 뒷수습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불도 한 번 화재사고가 나면 그 위력과 상처가 심각한데 여기 또 다른 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명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불립니다. 지금에 와서야 많은 사람들이 알았지만 인류가 감당할 수 없고 생명체가 극복할 수 없는 물질.. 핵과 방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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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치 로또처럼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문제이기에 일단 터지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아마 철처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관리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이 너무 위험을 부각시켰다거나 일부 과장된 면이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보아왔듯이 `원전 마피아`라고 불리는 집단이 있다는 것과 이들이 저지른 어이상실 수준의 비리들, 거기에 기름을 붓는 은폐축소와 정보차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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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믿음에서 멀어지면 의혹과 의심이 쌓여가는 건 당연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미 사용기한이 지난 노후원전을 계속 연장하여 가동시키는 결정은 사람들의 우려를 가중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또한, 5년 전에 바로 옆 나라에서 로또 당첨과 같은 모에 해당하는 경우가 일어난 일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벌어진 모습들이 일본 후쿠시마에서 실제로 일어났고, 거기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로 닥친 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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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대피를 하기 위해 각지로 쏟아져 나온 대규모의 시민들이 몰려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부산역을 뒤덮은 사람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으로 열차를 타기도 힘들텐데 부산항이나 김해공항 아니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는게 나을겁니다.

과거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때에는 개인적으로 60만으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수십만 명의 군인과 예비군들이 시멘트 포대를 들고 맨몸으로 때워 사고 지점을 메웠지만 일본은 하나도 아닌 4~6개의 원자로가 폭발했고, 지금까지도 수습이 안돼 계속 방사능이 대기중으로 또, 바다로 누출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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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역은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고, 아직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나은 관서지역 모두 앞으로는 결국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되는 건 시간 문제이며 태평양 바다와 옆에 있는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입을 것은 뻔한데 이미 북미 지역까지 방사능 물질이 퍼진 상태입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핵발전소 원전이 밀집해 있는 상태에서 만약 고리나 월성 그 어디 하나라도 터진다면 아름다운 일광, 임랑, 기장, 송정,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은 사라지고, 반경 30Km의 울산, 경주, 부산, 양산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90분 내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거주할 수 없고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땅으로 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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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안이 있느냐, 극중에서 무능한 대통령으로 특별 출연하여 막판 수습에 안간힘을 썼던 김명민씨 대사에서 일단 현실적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다른 발전소들을 가동하면 됩니다. 사용을 안해서 그렇지.. 부족하면 아껴쓰면 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점진적인 탈핵과 함께 태양광이나 핵융합 발전 기술로 가는 것이 요구됩니다.

올해 9월 중순, 집에서 접한 경주 지진은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던 경우였고, 1시간 남짓 이후에 왔던 더 큰 규모의 5.6짜리 진동은 본능적으로 원전의 상태를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말려 본의 아니게 개봉이 늦춰진 게 오히려 타이밍이 절묘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판도라. 막판에 신파가 좀 늘어져서 별 반개를 삭감해 5점 만점에 3.5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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