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6. 15:47

매서운 한파를 극복하기 위한 코드명. `라면과 짬뽕`

지금이 1월 달이라면 몰라도 12월 중순에 이렇게 춥기는 또 흔치 않은 일이네요. 보통 여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진짜 겨울 추위가 온다고 느껴져 왔었거든요.

춥거나 말거나 12월부터는 겨울인게 확실하니까 찬 바람 슬슬 부는 11월 말경이면 겨울철 음식들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겨울 음식이라고 해봐야 별반 특별할 거는 없겠지만 한 가지 매우 특징적인 게 있으니 그것은 김이 마구 위로 올라오는 따끈한 국물!! 입니다. 오뎅 국물을 비롯해서 각종 뚝배기에 담긴 국들과 함께 갑자기 라면들도 땡기는 현상이 더이상 미스테리는 아니겠죠. 삼양라면 5종 세트로 구입했는데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삼양라면 클래식'입니다.

요즘 나오는 라면들은 대부분 매운 맛이 있어서 좀 자극적으로 느껴지지만 이 삼양라면 클래식은 맵지 않고, 담백하면서 국물이 아주 맛있거든요. 거짓말 약간 보태서 원샷~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서 끓여도 정말 맛있습니다.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는 그런 라면입니다.

 
날씨가 추운 가운데에서도 국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민방위 전국민 대피 훈련이 어제 있었습니다. 2시가 되니까 싸이렌 소리가 들렸었죠. 그 소릴 들으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GR~ 하는군." 그러면서 커피사러 갔습니다. 이건 원조 삼양라면인데 이 라면은 쏘세지나 햄을 넣고 끓이기 제일 적당합니다.

민방위 훈련이 창설된 이래 처음 실시된 어제 훈련처럼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고리타분하고 피곤한 훈련을 하는 건 전형적인 70년대 사고방식이라고 밖에 안 보이죠. 그러니까 자꾸 국민들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는 이런 일들을 통해서 통제할려고 하는 뭐 그런거요. 지금 이거보단 총력을 다해 긴장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게 제일 중요한 일인데 소 귀에 경 읽기입니다.

영화 'A 특공대'에서 스미스 한니발 대령이 이런 말을 했었죠. "한 수 앞서는 걸로는 적을 이길 수 없다. 3수 정도는  앞서가는 그런게 계획이지." 이게 진정한 선제적 대응이거든요. 항상 말만 앞섰지 뒷북 대응으로 가리늦게 문단속 지시만 하는 인간은 이게 무슨 소린지 결코 모를 겁니다. 주먹질을 통해서 결식아동들의 밥줄을 빼앗아 확보한 예산안 통과 강행처리를 잘 했다고 격려전화를 하지 않나, 아방궁보다도 더한 은퇴처소를 건설할려고 폼을 잡고 있으면서 그저 앉아 가지고 "치킨값이 좀 비싼거 같다."라는 드립질이나 해대고 말이야...

그나저나 치킨값이 좀 비싸긴 비싸죠. 그래서 프라이드 치킨 안 시켜먹습니다. 차라리 시장에서 생닭 사다가 집에서 전기오븐에 구워먹지. 그래서 집에서 '구구굽네를 하네'가 됩니다. 또, 피자도 동네 시장에서 우리밀과 우리쌀로 도우를 만든 저렴한 피자를 사 먹습니다. 이게 오히려 낫더군요. 가격적인 면도 그렇고, 크기도 적당하고. 그리고, 해물짬뽕... 일단 어떤가 하고 대파만 조금 넣어주고 끓여보니 짬뽕답게 국물부터가 얼큰~하게 보입니다. 어이쿠 넘치겠다. 

라면보다 쬐끔 위력이 더 강력한게 있다면 그건 '짬뽕'입니다. 라면만 가지고서는 추위가 "어쭈구리~"하면서 계속 버티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짬뽕이 등장하면 갑자기 추위가 긴장타기 시작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짬뽕이 맛있다고 잘 알려진 집인데요, 과연 짬뽕 국물이 환상적입니다. 면도 쫄깃~하고... 그래서 곱배기로 주문했지요. 오징어가 많이 들어있고, 양파, 당근, 시금치 등 여러가지 야채에다 홍합과 바지락 조개까지 들어있네요. 나중에 짬뽕국물이 남으면 밥을 말아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짬뽕밥이 됩니다.

라면도 좋지만 확실히 짬뽕이 라면보다는 더 강력합니다... 코스피 2,000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회복에 근 3개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났다고 벌써부터 장밋빛으로 흥분하는 냄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게 과연 장밋빛일지 핏빛일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이전 노무현 대통령 정부때와 지금 중 언제가 더 살기 좋았는지를 자문해 보시길. 왜 지금은 쌀가마니 둘러메치고, 솥단지 뒤엎는 쑈를 하는 사람들이 없을까요. 그게 살기가 좋아져서 그럴까요, 아니면 갱찰 몽둥이가 겁이나서 그럴까요.

또, 왜 이마트 피자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사러 그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지 그리고, 그 줄을 서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들인지 보면 일말의 힌트는 나옵니다. 그렇게 장사진을 이루지 않았더라면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그렇게까지 지탄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래저래 모두가 살기 힘든 시절입니다. 내년은 어떨까요. 아무튼 2010년 12월 중순 아주 추운 어느 날의 짬뽕은 맛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