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 21:17

잠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1 - 6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열린책들

여태 살면서 `불면증`은 모르고 지내왔는데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 6월달까지 잠을 잘 못자는 시기를 겪으며 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실테고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거라고 생각하며 직, 간접적으로 그런 얘기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쏟아지는 뉴스 따라잡기가 버겁게 느껴질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빠르게만 흘러가는 시간은 모자랐고 보도 경쟁 속에 난무하는 속보들을 정리하고, 팩트 체크 및 시민 촛불혁명에 참여하는 팟캐스트들을 듣다보면 어느새 새벽 5시가 되기 일쑤였던 지난 연말 연시부터 탄핵 파면과 이어진 벚꽃 촛불대선. .

그렇게 최소한의 국민적 염원이 달성되고 이제 이전의 일상 패턴으로 돌아가고자 하였으나 6개월 이상의 습관은 무섭더군요. 밤에 자려고 누웠으나 눈만 멀뚱멀뚱 잠이 오지 않는 겁니다. '아, 불면증이 이런거구나.' 잠이 그립고, 잘 잔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5월 말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고 했던 생활이 습관의 때와 모기의 공습으로 6월 말~7월 초까지 한 달여 동안의 시간을 더 끌다가 결국 뜻하지 않게 회복이 되었으니 그 생각치 못했던 해결책은 바로 `더위`였습니다. 더위에 지쳐 잠이 스르륵~ 더운 날씨 덕분에 모기들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아침에 개운함으로 일찍 일어나고, 밤에 다시 잠을 잘 자게 되더군요.

소설의 제목 때문인지 불면증과 잠에 대해 긴 사설을 늘어 놓았는데 서론은 이쯤하고, 지금은 많이 알려진 수면의 1~4단계는 낮 동안 피로가 쌓이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학습과 경험 등을 저장하는 기억력을 관장하며 5단계에서는 특이하게 역설수면이라고 해서 체온이나 육체의 활동은 최저인 반면 뇌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며 꿈을 꾸게 되는데 이때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기에 이 단계를 REM 수면 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소설에서는 이 미지의 영역을 `솜누스 인코그니타`로 명명하고 비밀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일반적인 꿈 외에도 암시를 통한 유도몽과 낮에 짧게 자는 토막잠,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꾸는 자각몽, 어제의 꿈 내용 이후의 내용이 펼쳐지는 이어꾸기 등등.

꿈 속에서 `시간 이동`도 가능할까요. 만약 꿈에서 과거의 자신을 찾아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물론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등의 일은 하지 말아야죠. 그렇게 되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게 꿈과 수면 연구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중반 이후 거대 자본의 무분별한 자원 채취와 자연 경관의 개발, 그리고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환경파괴와 소수 인종들이 겪는 삶의 터전 상실을 고발하며 이런 일을 벌이는 세력과 맞서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