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5. 17:32

인공지능(AI) 진화속도 예측 불가

지금부터 불확실성 대비해야

석학들 `인공지능 미래` 시각차

닉 보스트롬 "초지능 갖게될 것", 이대열 "인간 뇌 뛰어넘진 못해"
자본가 · 독재자가 독점땐 재앙… 국제기구 만들어 불평등 줄여야

"인공지능은 인류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인류는 지금부터 인공지능이라는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비해야만 한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모든 석학들은 "규제 등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바로 지금"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 무릎을 꿇으면서 우리 사회는 '알파고 쇼크'에 휩싸였다. 불과 1년6개월 만에 구글은 '알파고 제로'라는 새 버전의 인공지능을 공개했다.

어떠한 정보의 입력도 없이 알파고 제로는 인류가 5,000년 동안 쌓아왔던 바둑 기보를 단 36시간 만에 따라잡으며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리'를 격파했다. 지난 5월 중국의 커제 9단을 이긴 업그레이드 버전 '알파고 마스터'를 이기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1일.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는 인류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이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알파고 제로'를 발표한 당일인 19일 오전, 세계지식포럼 '인공지능은 재앙인가 축복인가' 세션은 인공지능이 갖고 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듯 청중으로 가득했다. 세션에 참석한 세계적 석학들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지만 인공지능이 갖고 올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인공지능의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석학들은 대부분 '뇌'를 연구한다. 인간이 뇌에 대해 아는 것이 1% 미만인 만큼, 뇌를 모방한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출현은 공상과학(SF) 소설에서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뇌의 구조와 지능의 본질을 다룬 '지능의 탄생'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석좌교수는 세션에서 "신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양날의 칼'이라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미디어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많은 과장을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1,000억개가 넘는 뉴런이 넘실대며 활동하는 인류의 뇌를 인공지능이 따라잡는 일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위협을 강조하는 대표적 석학으로 꼽히는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지능(Super Intelligence)'사회의 도래는 인간의 실존주의를 위협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기계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초지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스트롬 소장은 "뇌는 우리의 두개골 안에서 1,000억개의 뉴런만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신경속도는 1초에 100m를 이동하지만 현재 컴퓨터는 1초에 3억m의 속도인 광속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며 "인공지능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스트롬 소장이 경고하는 미래는 인공지능이 일부 자본가, 독재자들의 손에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면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소수의 자본가, 독재세력 등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스트롬 소장은 폭탄을 손에 든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행동은 어른에게 알리는 것이지만, 아이 중 누군가는 점화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비유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신경심리학 분야 권위자인 이언 로버트슨 트리니티대 심리학 교수도 보스트롬 소장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상대성 이론을 밝혀낸 인간의 뇌를 인공지능이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인간이고, 인간의 뇌는 '권력'에 집중되는 만큼 불평등한 사회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과 같은 국제협력 기구를 만들어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작동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던 이대열 석좌교수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불평등의 심화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http://m.mk.co.kr/news/headline/2017/69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