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3. 17:51

유시민의 공감필법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르면서 오로지 비판할 거리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비평다운 비평을 쓰지 못합니다. 비평하는 사람이 지적, 정서적으로 발전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죠.

돈과 권력을 가졌으나 인간으로서는 비천한 자들이 고귀한 인간적 감정을 지고 자기 힘으로 힘껏 살아가는 사람들을 공공연하게 경멸하고 모욕하는 세태에 대한 공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공분을 느끼는 능력은 문명의 산물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더군요. 사회적 공분을 느끼는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의 생물학적 본성에 속한다니 반갑지 않습니까? 역시 공부는 좋은 겁니다.

책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위로받을 준비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스로 책에서 위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된 사람만 위로받을 수 있어요.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책 속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건 책을 일는 사람 자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