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7. 15:55

오래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 - 잉에 호프만

오래 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 - 8점
잉에 호프만 지음, 이영희 옮김/나무생각

"생명 템포가 빠른 사람은 명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보다 생명의 비축분을 더 빨리 소비하죠."

별은 내부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태우다가 원료가 다 떨어지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타는 별의 수명은 길지만, 원료를 급격히 태우는 별은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밝게 빛나다가 빨리 죽는다. 사람의 수명도 별과 비슷하다고 가끔씩 비유되곤 한다.

생명 싸이클                      1
호흡 싸이클        200,000,000
장 수축              300,000,000
심장박동          1,000,000,000
눈깜박임        20,000,000,000

한 사람의 수명에 부여된 체내 생리적 과정의 횟수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정해진 생체 작동의 횟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다 소진되면 두번 다시 충전되지 않으며 생명의 불꽃은 꺼진다. 생물학적 게으름이란 소중한 생명이 있는 유기체를 조심해서 다루고 도우며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섭생법과 다르지 않다.

수명은 신진대사 상태와 생활습관에 따라 빨리 소진되기도 하고 느리게 소진되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빨리 죽는 사람과 오래 사는 사람의 시간 차이가 생긴다.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기진맥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오늘날의 노동시간은 40년 전보다 훨씬 짧아졌지만(?) 웹 달력이란 새로운 시간 계산법으로 보면 네트워크망 속에서 일하는 1년은 정상적인 노동의 3년에 해당한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개인은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이 각종 스트레스에 고스란히 노출된 생활에 시달리고 있다.

지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은 몸이 금세 마모되고 여러가지 스트레스 질환과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몸이 급속히 산화되어 그만큼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것이다. 태어난 이상 타고난 본능적으로 누구에게나 충족시켜야 할 생물학적 기본욕구가 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메커니즘들을 무시하면 장기적으로 볼때 늘 적지 않은 피해가 뒤따른다. 통계에 의하면 많이 자는 사람이 적게 자는 사람보다 더 젊어 보이고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잃어버린 잠은 두 번 다시 만회할 수가 없고, 식탁에서는 다툼이나 열띤 토론은 소화에 방해가 되니 피하고, 식사를 할 때 가능하면 즐거운 이야기만 하는 생활 방식을 지키는게 여러모로 유익하다.

예전에 읽었던 글 중 미국에서 최장수급 노인에게 오래 사는 비결을 알기 위해 생활 방식을 물었더니 젊어서부터 담배와 술을 원없이 마시고 불규칙한 생활을 즐겼다는 답변이 나온 적도 있었듯이 일단 개인의 수명은 유전자에 달렸다. 이는 사람은 누구나 생물학적으로 독립된 개인이어서 각자의 생체법칙에 따라 산다는 걸 알려준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 방식을 실천하는 노력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한 사람이나 줄담배를 피워도 별 해를 입지 않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로 한 화장품 회사에서 어떤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가장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고 있나를 조사했더니 결과는 수녀들 우승이었다. 그런데, 정작 수녀들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육체적 활동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수도원의 수도사나 수녀들은 대부분 수명이 길고, 인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자냐~?>

밥먹는 시간이 아깝고,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실제로도 본 적이 있다. 쫌 그렇더만... 외국에서 밥을 10분 내로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들의 눈에 그저 뱃속에 음식을 쑤셔 넣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항상 조급함과 긴장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산다는 건 확실히 장기적으로 볼때 건강이나 수명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의식적인 게으름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스러운 정신적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의 정신적 보호막을 `아우라`라고 한다. 사람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보호막을 올바로 보존하고 또다시 재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생물학적 게으름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몸은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를 위한 실천방법으로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 올바른 식사에서 얻어지는 양질의 영양공급, 낮잠, 요가, 명상 등이 있다. 이 누구나 알고 있고, 비교적 어렵지 않은 방법이 힘들다는 현대인들이 많은 오늘날이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느슨한 생활은 장을 개선시켜 준다. 병이 있는 사람은 십중팔구 장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고, 더군다나 현대인들에게 장과 관련된 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니 생물학적 게으름이 되었든 의식적인 게으름이 되었든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면 번잡함을 줄이고, 놓아버릴 줄 아는 지혜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반대로 생물학적 비축분을 소모하는 악덕들에는 술, 담배, 커피, 과식으로 인한 체중과다, 일중독과 명예욕 등이 있다. 술이나 커피는 소량만 즐기면 건강을 거의 해치지 않으며 생의 기쁨에 플러스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양은 건강을 해칠 확률이 높다. 특히 위험한 것은 흡연과 마약이다. 폐암의 위험은 물론 강력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방출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마약은 인생과 영혼마저 저당잡힌다. 담배를 피우면 일산화탄소가 많은 공기를 흡입하게 되어 산소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일산화탄소의 75% 이상이 체내에 머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일산화탄소는 곧 연탄가스이며 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인류 진화과정에서 유용했던 인체작동 방식이 환경 오염으로 대기의 질이 나빠진 공기 속에서는 오히려 해악으로 작용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적혈구가 만들어지자마자 일산화탄소와 결합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 결과 산소 부족이 계속되고 세포를 끊임없이 재생하는 작업에 에너지 결핍이 지속된다. 이런 상태에서 서구식의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생활은 혈액세포의 생성을 촉진하고 이것이 지나치면 혈액의 점성이 증가해 흐름이 좋지 못하게 되어 산소 공급도 나빠지는데 이것을 `스테이크 질환`이라고 부른다.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유기체는 어쩔 수 없이 에너지 결핍에 빠지게 된다. 스트레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 이는 근육이 없는 모세혈관에서 특히 치명적이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근육에 최대한의 에너지를 몰아주기 위한 긴급조치인데 이것 역시 인류 진화과정에서는 도움이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점이다.

우리 몸에는 이런 식으로 손상된 생체를 고치는 수리 효소들이 많지만 한계 상황이 지속되면 긴급 상황을 위한 비상 저장분이 소진되고 만다. 한계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인 게으름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리 효소들을 휘한 음식을 섭취하면 좋은데 `항산화`에 도움이 되는 식품군으로는 비타민 A, C, E 외에도 베타 카로틴, 셀레늄, 아연 등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명예욕, 일 중독, 시간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전형적인 심장마비 후보자라고 믿어왔다. 오늘날에는 이에 관해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다. 적대감, 분노, 냉소주의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 우리의 정신과 심리는 육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언제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사는 게 현명하다.

생물학적 게으름이야말로 건강과 장수의 샘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우리는 스스로 비웃으며 살고 있다.

이건.. 뭐.. 제목이 비슷해서 옆에 있길래 같이 가져왔는데 `오래살려면 바람을 피워라`고...? 책 제목이 좀 ㅋ 그러면 아주 오~래 살려면 게으름과 바람을 동시에 피우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