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9. 17:17

시공간의 미래 -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대중강연을 엮은 책

시공간의 미래 - 8점
스티븐 호킹 외 지음, 김성원 옮김/해나무

책을 읽다 보면 특정분야에서 씨리즈는 아니지만 마치 지난 번에 읽었던 책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다른 작품을 접할 때가 있다. 또는 어떤 책을 읽고 생겼던 궁금증에 대한 점을 설명하거나 논하고 있는 다른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올 때도 있는데 과학분야 그 중에서도 물리학계의 첨예한 논점 중의 하나로 남아있는 `시간여행`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탁월한 과학자에게 환갑을 기념하여 심포지엄을 헌정하는 관습에 따라 2000년 6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물리학 교수 `킵 쏜`의 6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파티의 일환으로 진행된 대중강연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순서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6개의 카테고리에서 서론 1개, 과학적 내용을 전달하는 글이 3개, 과학적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1개, 과학과 이를 전달하는 것의 차이점에 대한 글이 1개로 구성되어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서 이고르 노비코프 그리고, 회갑 잔치의 당사자인 킵 쏜이 과학분야를 담당했다.

1895년 당시의 물리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을 들었던 물리학자 켈빈은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계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불과 몇년도 안된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타임머신에 대한 현재의 이해 역시 불완전하고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킵 쏜은 물리학적 법칙이 타임머신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과율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움을 주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스

스티븐 호킹과 이고르 노비코프 두 명도 단순한 파티를 넘어 대중강연을 통해 물리학 분야에 걸려있는 초미의 관심사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것과 연관된 시간여행과 타임머신에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로 갈 수 있다고 가정했을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물리이론적 설명에서는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할아버지 역설`이 유명하다.

이것은 특정인이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이면 자신이 과연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결과적으로 이고르는 그런 시도를 할 경우 우리의 자유의지가 제한되거나 속박된다고 주장했고, 호킹 박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물리법칙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것으로 내다보는 결론을 내렸다.

호킹 박사는 다른 물리학자들과 이론을 가지고 내기를 하곤 해서 관심을 끌기도 하는데, 킵 쏜 교수와도 `우주검열`에 관하여 내기를 했고, 이를 문서로 증명한 것과 이 내기에서 킵 쏜 교수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므로 내기의 댓가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문구를 표시한 이미지가 위에 나타나 있다.

그런데, 호킹 박사가 완전히 승복한 것이 아니라서 이 둘은 다시 새로운 내기를 하는 문서에 싸인을 했다. 이번에는 지는 쪽이 확실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약간 더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물리학자들의 내기는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당장 결과를 알 수 없으므로 향후 내려질 판정에 흥미를 동반한다.

총 6개의 강연에서 3개를 차지하고 있는 과학분야 중 킵 쏜 교수가 발표하며 예측한 8가지 사안 중 마지막 8번째로 오는 2020년까지, 물리학자들은 `양자중력`의 법칙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끈이론의 한 변형으로 밝혀질 것과 2040년까지 이러한 법칙들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심오하고도 난해한 의문들에 확신에 찬 답을 내리게 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앞으로 물리학이 밝여야할 숙제들인 셈이다.

- 공간과 시간 그리고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특이점의 완전한 본질은 무엇인가?

- 빅뱅 특이점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아니, '이전'과 같은 것이 있기는 했을까?

-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있다면, 우리의 우주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혹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 블랙홀 내부에 존재하는 특이점들의 완전한 본질은 무엇인가?

- 블랙홀의 특이점 내에서 다른 우주가 생성될 수 있을까?

- 물리학적 법칙하에서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성간 여행을 위해 웜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또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위하여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나머지 강연에서는 미국의 예이지만 고딩 졸업생의 5분의 1만이 물리학을 배웠고, 또 그 가운데 약 4분의 1만이 물리학 학위를 가진 교사에게서 물리학을 배웠으며, 이러한 교사들 중 실제로 물리분야에서 연구경험을 쌓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게 현실인데 이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뢰성 면에서 대중들은 과학자를 두번째로 꼽았는데, 이는 의사에게만 뒤처질 뿐, 미국 대법원 판사보다도 앞서는 것이었다. 국회와 신문, 그리고 TV가 끝부분을 차지하는 결과가 좀 흥미롭다.

1976년 7월 20일, 프로듀서들은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바이킹호의 모습을 생중계로 방송에 내보는 것을 거절했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년 후, 패스파인더 호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웹싸이트에 접속해서 착륙과정이 전송된 화면을 본 사람 수는 3대 전국 방송망의 아침 방송을 본 사람들의 수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많았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과학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과학은 어렵고, 특히 `케플러의 난제`처럼 과학이론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곁가지를 덧붙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