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5. 16:30

코로나19로 바뀌고 있는 현실

우유 · 맥주 하수구로, 밀가루 판매급증

식당 · 술집은 영업 제한으로 수요 급감한 여파
밀가루 · 오렌지주스 등 일부 품목은 수요 증가
농가는 일손 부족에 `이중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식품 수급에도 영향을 끼치며 우유, 계란 등이 생산과 동시에 대량 폐기되고 있다고 영국 BBC뉴스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식당 등에 대한 영업 제한 조치로 식자재 수요가 급감한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생산자들은 저장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 폐기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최대 낙농업협동조합인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DFA)는 하루 우유 폐기량이 1천400만ℓ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 전역의 커피숍이 문을 닫으면서 우유 수요가 줄어 과잉 생산된 원유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영국 낙농업자들도 남아도는 우유 처분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영국 낙농업자협회(RABDF)는 초과 생산분이 일주일에 500만ℓ 규모라고 밝혔다. 피터 앨비스 협회장은 낙농업 농가들이 훨씬 낮은 가격을 받거나 초과 생산된 분량을 버려야 하는 실정이라며 현 사태가 이들 농가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우유 외에 다른 농작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생산자들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판로 개척을 모색하고 있으나 일단 바뀐 시장 수요와 과잉 생산분이 문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닭 가공업체는 매주 75만개의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양파를 재배하는 또 다른 농가는 저장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대부분을 그냥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인도에선 다르질링 차 재배 농민들이 정부의 봉쇄령으로 첫번째 수확 분량을 포기해야 했다. 이들은 두번째 분량도 수확할 수 없을지 몰라 걱정하고 있다.

술집 점주들도 운영 제한으로 판매를 위해 들여놓은 술을 모두 갖다버려야 하는 처지다. 영국의 술집 주인들은 봉쇄가 올여름까지 지속할 경우 에일, 라거 등 맥주 5천만 파인트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노위치의 한 펍 주인은 타임스에 자신이 저장해둔 맥주는 최적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 남짓이라며 "이미 2주나 저 상태로 놔둬 상했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수요 급감에 더해 일손 부족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확 철에 고용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줄어서다. 급기야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수확에 투입할 수 있도록 루마니아와 폴란드 노동자 수천명에 대해 봉쇄령을 일부 완화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이 변화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프랑스 뉴스 채널인 BFMTV의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아울러 몸에 좋은,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사기 위해 지역 내 소규모 상점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모든 식자재가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 외출제한령이 내려진 지역에서는 집에서 직접 빵을 굽는 사람들이 늘면서 밀가루 소비가 증가했다.

미국에선 빵을 굽는데 필요한 이스트가 수퍼마켓에서 동났다. 또한 그동안 소비가 감소 추세였던 오렌지 주스 판매량이 작년 대비 38% 증가하면서 오렌지 주스 선물가격도 최근 몇주새 급등했다. 오렌지 주스 수요는 코로나19로 면역력 증대에 좋은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https://news.v.daum.net/v/20200414161303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