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5. 15:32

사회학 용어들

인간은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에 설령 대표성이 떨어지더라도 처음 한두 개 사례만 보고 심적 모형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지구온난화에 적용하자면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 가지고 기후가 온화하다고 안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호성 효과(ambiguity effect)`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상황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론상 기후변화 문제에서 불확실성은 행동을 취해야 할 근거가 돼야 정상이다.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투입 값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의욕을 꺾는 난제가 아니라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꽤 구체적인 자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적 사고(anthropocentric thinking)`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이해할 때 인간을 기준에 놓고 생각하려는 반사적인 경향성을 가리키며 일부 환경론자는 가차없이 `인간 우월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인간중심적 사고 때문에 우리는 인류에게 닥친 존재론적 위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착각을 두고 많은 기후학자들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지 지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편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은 인간이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비인간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선호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여러 세대에 걸쳐 시장의 힘을 완전무결한 감독관 혹은 적어도 가장 탁월한 감독관이라고 찬양한 것도 이와 관련있다.

자동화 편향을 기후 문제에 적용하면 우리는 아무런 규제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경제시스템이 환경오염, 불평든, 분배 정의, 분쟁은 물론 지구온난화마저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리라고 맹신할 수 있다. 알파텟 ‘A’로 시작하는 인지 편향, 그중에서도 몇 가지만 샘플로 가져온 게 이만큼이다. 뒤쪽에 등장하는 인지 편향 가운데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를 더 꼽자면, 우선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가 있다. 이는 자신이 나서서 행동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는 경향을 가리킨다.

`확증 편향(confimation bias)`은 이미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으려는 경향이다. 예컨대 우리는 세계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느 인지적 수고를 감당하는 대신 삶이 그대로 지속되리라는 약속을 찾으려 한다. `디폴트 효과(default effect)`는 새로운 대안보다 기존 선택지를 선택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비슷한 인지 편향으로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나쁘든 현상을 유지하는 쪽을 선호하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과 이미 소유한 대상을 포기할 때 대상이 지닌 실제 가치(혹은 지불한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요구하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가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나 `과잉 확산(overconfidence)`, `긍정 편향(optimism bias)`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부정 편향(pessimism bias)`도 존재한다. 긍정 편향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예정된 패배로 인식하게 만들며 기후변화 같은 경고의 소식을 전하더라도 체념에 찬 울부짖음으로 듣게 만든다. 다시 말해 어떤 인지 편향의 반대쪽을 보더라도 명확한 사고는 커녕 또 다른 인지 편향에 빠져든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기기만`이라는 렌즈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 2050 거주불능 지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