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5. 18:09

미국과 아시아 각국 기업들의 도산 상황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도미노 파산

2020년 2분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신차 판매가 30퍼센트 넘게 감소하면서 대공황 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을 정도로 추락했다. GM의 판매량은 34퍼센트로 줄었고, 피아트 크라이슬러 역시 판매량이 38.6퍼센트 감소했다.

미국의 파산정보제공 업체 뱅크럽시 데이터 BankruptcyData.com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자산 규모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 45개가 파산 신청을 했다. 이는 2019년 대비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며,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의 파산 신청 건수인 38개를 넘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계열사까지 합치면 부채 규모 5,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 157개가 2020년 한 해 동안 파산 신청을 한 것이다.

특히 석유가스와 소매업의 피해가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한데다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미국 셰일의 상징인 체서피크 에너지 Chesapeake Energy 등 석유가스 대기업 33개가 파산했다. 그 외 기업 가치 5,000만 달러 이상인 소매 업체 24개도 파산 신청을 했다. 2019년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다.

1826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로드 앤 테일러도 Lord & Taylor도 매장 폐쇄로 파산 신청을 했다. 그 외 제이 씨 페니 J.C. Penney와 같은 주요 소매 업체도 파산을 선언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이들 업체들의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소매점은 사무용품 판매업체로,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매장의 50퍼센트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2020년 들어 미국 경제는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레저 및 접객업 산업의 급격한 정리해고 때문이다. 레저 및 음식 서비스업 산업은 무려 77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의류업도 실업 폭탄을 맞았다. 이는 오프라인의 대형소매체인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여파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2019년 미국의 소매 업체 중 약 9,000개 매장이 폐쇄됐다. 이는 2018년보다 59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아시아 기업들의 도산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역시 올해 도산하는 기업이 역대 최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놨지만 민간 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도산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톤은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를 비롯해, 대만 폭스콘, 독일을 BMW, 일본의 인피니티(닛산),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 등이 투자해서 출범한 신생 자동차 회사다.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만 84억 위안에 달한다. 덕분에 `중국판 테슬라`라는 명성을 누리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기업의 대규모 부도 사태는 3분기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총 104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0년 9월 이후에는 722억 위안 이상의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금융당국이 중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 아래 부실 기업을 솎아낼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도산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제곡 데이터 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8월 일본 내 기업의 도산 건수는 408건으로 부채 총액이 2,411억 7,400만 엔에 달한다. 도쿄가 97건으로 최다이며, 오사카 42건, 홋카이도 23건 등이다. 일본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행 및 음식 서비스업과 소매 업체가 가장 많이 도산했다.

일본의 국민 의류기업으로 불리는 레나운 Renown은 도쿄증권 1부에 상장된 회사였으나 파산했다. 코로나19로 백화점들이 문을 열지 못하면서 매출액이 80퍼센트까지 급감했고, 부채 총액은 138억 7,900만 엔에 달했다. 데이코쿠 데이터 뱅크는 올해 일본의 기업 파산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요 상장사의 2020회계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작년보다 36퍼센트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2018년도 이후 3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며, 2008년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을 겪은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IT나 전자 관련 업종에서는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일본 경제 전반의 침체와 기업들의 도산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법원행정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통계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 건수도 2016년 이후 최대지인 2만 9,007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하반기 경영환경을 더 악화될 전망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 파산이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연쇄 파산`의 악순화이 시작되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식음료, 전자, 반도체, 공연, 문화, 예술, 스포츠, 여행, 숙박, 항공 분야가 가장 취약하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가자기 사정이 나빠진 회사도 있지만 그전부터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 회생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기업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