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6. 18:38

미국 국민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

2차 대전 이후 그야말로 미국이 지상의 낙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시기, 그때를 우리는 대압착시대(Great Compression)라고 부른다. 압착이란 누른다는 뜻이다. 아래위로 내리누른 것처럼 빈부격차가 극도로 좁혀졌던 시기, 중산층이 가장 많았던 시기다. 우리가 `미국`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휘발유를 물쓰듯하는 긴 세단과 교외의 주택, 흥겨운 파티와 같은 장면이 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대개 1930년대 중반 뉴딜 정책이 시행되고 사회복지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1970년대 말,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까지로 본다.

이 이후 시대를 대분기(Great Divergence)라고 불렀다. 레이건이 집권하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빈부격차가 끝도 없이 벌어진 시기, 말하자면 고장나지 않은 것을 고쳐버린 시대다. 트럼프라는 시대의 파퓰리스트가 급기야 미국의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게 바로 이런 분열 때문이었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위기가 닥치고 보니 미국이 하나가 아니었던게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크게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선진국들이 코로나에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이었다. GDP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선진국들이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가 혹한에 당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41%, 천연가스의 25%, 미국 전체 풍력 발전량의 28%를 담당한다. 그런데 정전으로 60여명이 얼어죽었다.

전기요금이 8,000%나 올라서 한달 요금으로 2천만원을 받아든 사람도 있다. 다른 주에서라도 전기를 받아왔더라면 좋았겠지만 텍사사는 자기들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유로 다른 주와 연결되는 전선들을 다 끊어놓은 상태였다. 텍사스주는 전력이 민영화되어 있다. 이익을 극대화하자면 다른 주에서 전기가 안 오는게 맞다.

최소의 설비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야 하고, 시장 원리에 따라 전력공급이 모자랄 때 값을 올려 돈을 최대한 많이 버는게 맞다. 텍사스의 한 천연가스 회사 사장은 이번 한파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잭팟을 터뜨린 것처럼' 수직 상승해서 많이 기쁘다고 말을 해서 엄청난 욕을 먹기도 했다.

이런 게 다 GDP 만을 유일한 지표로 놓는 사회의 특징이다. 범죄가 창궐해서 전국 곳곳에 교도소를 지어도 올라가는게 GDP다. 국내총생산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 노팅엄대 리처드 윌킨슨 명예교수의 연구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발견이 있다. 수감률, 비만, 정신병, 중독 이런 사회적 지표들이 GDP와 관계를 보면 의외로 별 상관관계가 없는 걸로 나온다. 부자 나라인데도 비만율이 높고, 수감률도 높고, 덜 부자인데도 지표가 좋기도 하고.

그런데 기대수명 / 문명률 / 영아사망률 / 살인 / 수감률 / 미셩년자 출산율 / 사회적 신뢰 / 비만 / 정신병 / 중독 / 사회적 유동성. 이런 지표들을 빈부 격차순으로 비교하면 거의 Y=X에 맞먹는 아주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코로나에  왜 미국, 영국, 프랑스가 그렇게 맥없이 무너졌지?'라는 부분도 이렇게 보면 상당히 설명이 된다. 'GDP가 핵심이 아니었구나'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완화해야 성장이 빨라진다는 OECD 공식보고서도 있다. 2014년 OECD는 <불평등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리포트를 내고 낙수 효과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OECD 회원국의 1985년부터 2005년까지의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와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누적성장률을 사용해 분석을 했더니, 지니계수가 0.03 포인트 악화되면 경제성장률이 무려 0.35%씩 떨어진다는 게 확인이 된 것이다. OECD는 "낙수 효과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면서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는 국가가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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