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2. 13:30

몽유도원(夢遊桃源) 1, 2 - 김진명

몽유도원 1 - 8점
김진명 지음/새움

예전에 `가즈오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을 다듬고 재편하여 다시 내놓은 책으로 김진명씨 소설이다. 분량이 많아 상, 하로 나뉘어져 있으면서 많은 내용이 다각도의 측면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현재 안평대군이 꿈에서 이상향의 도원을 보았다는 말을 토대로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혜허의 관음보살도는 엄연히 우리 문화재이면서 일본에 있고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이름 외엔 알려진 것이 없는 어느 노인의 의문에 둘러싸인 죽음. 범인의 흔적조차 없는 사건 현장의 유일한 단서는 노인이 소장한 역사,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의 책들 뿐. 죽음을 당한 노인은 지역 경찰서장과 평소 친분이 있었으며 서장은 형사반장으로 하여금 노인의 신변 경호를 특별히 부탁한 상태라는 점에서 반장은 책임감을 가지고 사태를 파고 드는데, 여기에 역사를 전공하는 한국인 유학생인 주인공이 도움을 주기 위해 같이 동참하게 된다. 사건 초반의 희미한 실마리로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검은 음모에 대한 추리와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의 고대사 연구에 집착했던 일본. 그리고, 그들이 밝혀낸 사실은 극비. 현재 풍화침식된 광개토대왕의 비문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는 글자들 중 역사의 논란이 되었던 3글자... 그 중 맨 오른쪽 글자는 신(新)자라는게 유력한데 그 이유는 바로 다음 글자가 라(羅)자 이기 때문이고, 여기에 해당되는 문장 전체의 해석은 한중일 삼국이 매우 달라 '임나일본부'의 존재 유무를 가르는 첨예한 역사의 논란 그 중심에 있었다. 과연 소설에서 밝히는 나머지 두 개의 글자는 무엇이고, 그렇게 되면 정확한 해석은 어떻게 될까.

역사는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치열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라 마치 지금의 북한과 일본의 협력 제스처를 연상하게 할만큼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일본을 전격 국빈방문하고, 이와 때를 맞춰 북한 군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려는 조짐으로 사태는 긴급하고도 급박하게 돌아간다. 아무리 국가정보원이라지만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인공의 노력으로 국방위원장의 신변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게 되고 남과 북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여, 이로써 급변사태를 막아내는 활약이 흥미진진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아무에게나 관람이 허락되지 않는 몽유도원도를 살펴보고, 우리 역사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간직한 노인의 죽음에서 알게 된 `울란야호이`라는 말의 의미와 가즈오의 혈육과 출생에 얽힌 의문점을 밝혀내기 위해 바이칼 호수의 동토와 눈물로 살 길을 개척하며 고통받아 왔던 고려인들까지 찾아가는 열정어린 노력 끝에 모든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진실 앞에 대동아연구소로 압축 묘사되는 일본 극우의 추악한 음모가 여실히 까발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칠지도`를 통한 복수로 통쾌하게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