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가 30분, 기다려 48초, 막말 사고. . 국격 돌아보게 한 외교참사
동아일보 사설
. . . 기시다와는 비공개 약식회담, 바이든과는 짧은 환담이었다. 그 만남의 형식이나 의전상 실책들이 외교적 의의마저 크게 퇴색시켰다. 기시다가 참석한 한 행사장에 윤석열이 직접 찾아가 국기도 없이 30분 동안 대면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마치 군사작전 하듯 철통 보안 속에 회담 사실은 시작한 직후에야 공지됐다.
한국은 `약식회담`, 일본은 `간담`이라고 각각 밝혔다. 우리 대통령실의 일방적 발표에 일본 측이 발끈하면서 어렵사리 이뤄진 터라 한국이 회담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윤석열이 말한 `그랜드바겐(일괄타결)` 기대도 무색하게 됐지만,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국민감정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바이든과의 만남은 바이든이 주최한 행사에 윤석열이 참석해 48초간 환담을 나누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윤석열은 미리 잡혀 있던 두 가지 세일즈 외교 행사 참석도 취소해야 했다. 미국의 한국 전기차 차별조치 같은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을리 만무하다.
이처럼 저자세 감수, 인증샷 찍기 외교가 된 것은 참모들이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또 다른 무리수를 두면서 빚어진 일들이다. 확정되지도 않은 양자회담을 섣불리 발표하고, 그 때문에 일이 꼬이게 되자 모양새를 구기더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을 부린 탓이다.
최상급 정상외교는 대개 모든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그 의전과 격식이 사실상 성패를 좌우한다. 이번에 나타난 스턴트식 즉석 외교는 사전준비 부실과 대처능력 부족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큰 사고는 윤석열 본인한테서 나왔다. 바이든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비속어를 써가며 의회주의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노출돼 외신에까지 보도됐다.
그 점잖지 못한 언사는 외교 현장에서의 느슨한 마음 자세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부끄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정도면 국민이 나라의 격(格)을 걱정하며 자존심 상해하는 지경이 됐다. 무거운 반성과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5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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