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0. 21:21

한국 경제의 지난 5년과 현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경제관련 서적들

경제 관련 서적들이야 무수히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들을 읽게 된 건 요 몇년 간 있는 그대로의 우리 사회의 문제와 경제적 현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특정 집단을 대변하거나 여타 이해관계에 얽혀있지도 않아 어디로 치우침이 없다는 이유에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이 설명하는 단도직입적이고 명쾌한 논조와 핵심을 제대로 짚는 필력은 알차고도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기에 시원함마저 느낀다.

  

위험한 경제학 2권 중에서 1권은 주로 우리나라 부동산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실린 내용은 이미 앞에서 소개한 부동산 관련 서적들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과 별다른 점없이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2권에는 거시경제의 부분을 살펴보는 내용이지만 이 책들이 출간된지 몇 년 전이라 부동산을 제외하고 실물경제를 비롯해서 다른 부분들에 관련된 최근의 내용에 대한 것은 밑에 나오는 `문제는 경제다`를 보는 게 낫다. 모두 같은 저자의 책들이다.

지난 정권의 경제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는 고환율 유지하에서 재벌 대기업의 수출 드라이브와 부자들의 감세. 그리고, 국방비와 복지를 축소한 돈으로 4대강 물속에 공구리 쏟아붓기. MB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고환율 정책을 대놓고 고수했던 관계로 환율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은 앉아서 굉장한 수익을 올렸던 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때부터 환율효과로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재벌은 사상최대의 이익을 누리며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상승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가 누누이 강조하고 싶어 마지않는 단어인 국격의 잣대로 종종 인용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서 생기게 된 문제로 수입업자나 유학생, 그보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 때문에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져갔다. 어느 정도 올랐는지는 그래프를 통해 증가된 수치와 통계를 보면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없이 우리가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그 수치보다 더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는게 심각한 지금의 현실이다. 앞으로 계속 더 오르기만 한다면..?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경제구조로 바꾸려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나쁜 정책들을 중단하고 바꿔야 한다. 지난 IMF 때 대기업, 금융권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혈세로 투입하여 국민들과 서민들의 희생을 통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을 막대하게 쌓아놓고 겉으로는 죽는 소리를 했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0~60% 수준이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파견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학들도 상당한 규모의 적립금을 놓아두고도 계속 등록금을 올려왔다. 이제는 반값등록금도 물건너 가고, 그나마 올해 1학기 분에 대해 눈치를 보면서 동결하려는 것 같더니 또다시 인상하겠다는 대학이 나오고 있다. 더이상 반값등록금이나 등록금 인하를 호소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겠지.

지난 정권 동안 가계는 빚만 늘었으며 국가 역시 친기업이라는 미명하에 공적자금으로 엉터리 짓을 하는 기업들의 밑을 닦아주느라 모든 것을 쏟아부어 국가채무만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그런 가운데 계층간 위화감은 커지고 사회 공동체적 연대감은 사라졌습니다. 대기업들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부동산과 금융업, 언론사업까지 진출한데 이어 이제는 동네 구멍가게와 밥그릇을 다투는 수퍼체인 형태의 유통업까지 진출하겠다고 그야말로 난리가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영세 자영업은 죄다 망하고.

재벌 3, 4세로 이어지는 기업들이 새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몸으로 때우는 밑바닥 서민들의 조그만 밥그릇까지 모조리 빼앗아가겠다는 것이다. 안되면 돈의 힘을 동원하고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고쳐서라도 말이다. 혁신과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남의 밥그릇을 빼앗고 정경관언사법 유착을 바탕으로 짜고치는 고스톱 판을 유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정부와 정치권, 사법권을 뒤흔들고 있다.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거기에 정치권과 정부관료들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 떼돈을 벌어온 건설업체들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켜 뒤처리를 하는데 혈안이 되어  여든 야든,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고위 정부관료들 중 대다수가 인사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걸리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총리지명자까지도. 도대체 이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받아먹었기에, 얼마나 챙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짓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일까?

일반인들은 이미 마지막을 지나버린 사기성 폭탄 돌리기 선동과 조작에 물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한국경제 역시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투기 버블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자식세대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떠넘기지 않고 그나마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저자는 단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 세대들은 자신들이 자식세대의 안녕과 행복을 짓밟으며 부동산 투기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고,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의 삶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더 늦기전에 부동산 투기 거품에서 헤어나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젊은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와 소득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한편 계층별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은 불과 1~2년 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더 극심해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덕을 봤을까? 물론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고가주택 보유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를 합쳐 5%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큰 이득을 보았다.

재벌기업들은 풀뿌리 시장경제의 역동적인 도전정신을 싹부터 잘라버렸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면 재벌기업은 그 아이디어를 가로채거나, 해당 사업부문에 진출해 벤처기업을 밟아버린다. 그렇게 해서 지난 50년간 국내에서는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하나도 탄생하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에서조차 재벌기업들을 제치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벤처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벤처기업을 키우는 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재벌기업의 세습 및 후계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큰 놈을 밀어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삽질경제 시대의 양적사고에 여전히 사로잡혀 R&D 예산의 90% 이상을 재벌기업들에게 배정하고 있다. 공공사업 물량도 마찬가지다. 10개 상위 대형 건설업체들은 로비를 통해 턴키발주 물량을 늘리게 한 뒤 자신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자기들끼리 담합해 국민의 혈세로 잔칫상을 벌인 뒤편에서 중소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온갖 불공정 거래를 일삼고 있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을 버젓이 유린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는 공정한 게임규칙이 작용한다고 하기 어렵다. 국민들을 편하게 하는 규제완화는 없고, 재벌기업과 개발업자에게 유리한 규제완화는 넘쳐난다. 또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환경 영향평가 등 필요한 절차마저 생략해 삶의 질과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보동산 거품을 떠받치면서도 13%가 넘는 최소 주거요건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주거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상류층을 위해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 트랙을 제공하는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를 신설하는 한편 일반 공립학교들은 모두 '상대적 열등학교'로 만들어버렸다. 선진국들에 비해 간접세 비중이 높아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OECD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부자감세를 실행했다. 더 나아가 모자라는 세수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에너지세 등 간접세를 추가로 올릴 태세다. 부동산 부자들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려도 이를 세제를 통해 흡수하기는 커녕 제대로 시행도 못해 본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이처럼 대다수 국민들에게 불리하거나 해로운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별로 없다. 정부, 정치권, 재벌, 언론 등 거대한 기득권 세력끼리 유착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거꾸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서민도 잘살게 된다. 집값이 폭락하면 서민이 더 힘들어진다. 복지관련 지출을 많이 하면 경제성장을 못하게 된다. 건설업계가 무너지면 일자리가 없어진다 등등. 모두 거짓말이거나 긍정적 측면을 능가하는 부정적 측면을 애써 감추는 주장들일 뿐이다. 실은 소수 상류층이나 재벌 대기업 등을 배불리기 위해 대다수 국민을 등쳐먹는 논리들일 뿐이다.

경제전반에 걸쳐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앞서 설명한 현상이 나타난다. GDP는 성장하는데 국민총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고,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커지는데 그에 반비례해서 가계의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재벌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잔치를 벌이지만 서민가계는 손가락만 빠는 것도 이런 양상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의 등락과는 상관없이 일반인의 입에서 늘 "경기가 안좋다"는 소리가 떠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성장이 주춤해지고 국민 대다수가 사실상 가난해지고 있으며 일자리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 재벌독식 체제와 부동산 거품-가계부채 폭탄이다. 이 2가지는 한국 경제위기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재벌문제를 거론하면 적잖은 이들이 "그나마 재벌 때문에 먹고사는 것 아니냐", "재벌이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같은 주장은 재벌의 광고에 목을 매는 기득권 신문이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이들 언론은 끊임없이 '재벌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왜곡된 인식을 만들어내고 '한국경제가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재벌들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같은 인식에 세뇌되다 보니 재벌의 횡포로 피해를 입는 사람조차 "그래도 재벌을 밀어줘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거의 '스톡홀름 증후군' 수준이다. 지금 상당수의 한국국민이 재벌독식 체제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음에도 '재벌을 지원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전도된 인식을 갖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1명의 천재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했듯이 이들은 자신들 1%가 국민 99%를 먹여 살린다는 인식을 퍼뜨린다. 하지만 진실을 정반대다. 이들 1%가 온갖 특혜를 누리면 99% 국민을 등쳐서 자신들의 부를 불리면서도 온갖 범죄와 비리를 일삼고 있다. 이들은 국민경제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경제에 꼽사리로 기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재벌기업의 행태는 이건희 외장 등 재벌가의 파렴치한 악행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온갖 불법, 횡령, 탈세를 저질러도 한국의 재벌은 제대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돈의 힘으로 사법 시스템과 정치를 매수해 놓았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삼성특검에서만 4조 5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상속세 과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39일 만에 초고속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부끄러워하는 염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에게 "모두가 정직하면 좋겠다"고 설파한다.

막대한 재정적자 등을 통한 공공부채로 재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재벌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사례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와 공공기관 전체의 공공부채는 약 400조원 급증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부양책 규모는 세계 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 이어 OECD 3위 수준이었다. 재정 부양책만 따져서 그렇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의 부양책 규모는 세계 1위일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건설 및 부동산 경기부양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빚을 끌어다 썼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서민의 비명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이는 고물가와 양극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의 질적 측면을 희생해서 경제의 외형만 키우는 꼴이다. 또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며 일반가계와 성실한 근로소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반면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투기 가계는 보상해주는 꼴이기도 하다. 단순화하면 없는 사람들한테 뜯어서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소득을 재분배해주는 셈이다.

사실 이런 '세금 아닌 세금'은 국민 동의없이 막대한 소득을 없는 자들로부터 가진 자들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인 정책기조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기조가 경기회복의 지속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나 유동성 증가추세에 비해 기준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 부동산 거품을 거의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 경제위기 이후 대달러 환율이 강세를 띤 대다수 국가에 비해 한국 원화만 유독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민주화 과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모피아와 토건마피아로 상징되는 부패하고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를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무능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관료시스템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낡은 관료체제를 개혁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한국을 '삼성공화국' 또는 '토건국가'라고 할때 이런 구조를 정책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바로 이들 관료체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