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4. 17:40

항상 곁에 있어 몰랐던 소중함과 우연의 교차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기며 별 생각없이 지나치다가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갑자기 그제서야 신경을 쓰게 되며 아쉬움을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요 며칠 바로 요거 하나 때문에 불편 아닌 불편을 겪네요.

중학교때 집에서 공부하라고 사준 청소년용 `링컨책상`에 세트로 따라온 책꽂이 겸용 스탠드의 스위치를 켜는 꼬마 전구. 솔직히 이토록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이게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도 오래 써서 유리부분이 새카맣게 탄 꼬마전구.

세월이 흘러 학생용 책상이라 책을 올려놓는 공간이 점점 작아지던 차에 막내누나가 일하던 직장이 부도나고 월급을 못받게 되자 일을 하고 돈을 못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일념으로 그 사무실의 물품을 월급 대신 마구 가져와 집에 갑자기 책상, 고급 소파 등의 가구가 들어차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웃에서 우리 집이 갑자기 부자가 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아주 짧게 돌았다는. ㅋ~


그때 책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2배 이상으로 커진 책상을 갖게 된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잠도 책상에서 엎드려 잤다는. 그래도 이전에 쓰던 책꽂이 겸용 스탠드가 워낙 맘에 드는데다 길이와 색상마저 바뀐 책상과 매치가 잘 될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공간이 많이 남아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한때 불이 안들어와서 확인을 해보니 형광등에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안전기`의 수명이 다 되어서 이걸 교체해줬는데 그때는 동네 주위에 철물점들이 많아 바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번에  또 전등이 켜지질 않아서 이상하다 하고 점검을 해보다 이 꼬마전구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니 그것은 언제부턴가 동네에 철물점들이 잘 안보인다는 것과 또 이게 아주 오래전 물건이라 과연 지금도 이걸 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 철물점이었던 가게들은 문을 닫았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뀌었고, 온 동네를 다 돌아다녀 발견한 철물점에는 이 전구가 없었습니다. 안나온지 꽤 되었다더군요...

그럼 이제 책상 스탠드는 사용을 못하게 되는가 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오늘 우연히 그 예전에 다니다 지금은 잘 안다니는 길을 왠지 걷고 싶어서 그쪽을 걸어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그 옛날의 철물점 가게.. '아~! 저기 철물점이 있었지' 거긴 아직도 그대로였습니다. 갑자기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거기엔 이 꼬마전구가 있겠다는 직감이 들어서 곧장 집으로 직행해 이 꼬마전구를 가지고 다시 가서 물어보니... 있네요!!

하나를 오래 썼으니 4개면 충분하다 싶어 구입해와 1개를 소켓에 꽂아보니 바로 불이 잘 켜집니다. 밤에 책 읽을 때 방에 있는 형광등 대신 앞으로도 계속 책상 스탠드 불 켜놓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투명테이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찾을 때마다 서랍이나 진열장 안에 있다가 언제부턴가 없어서 계속 '사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꼬마전구와 빗자루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진열대에서 빗자루 쪽에 떨어져 있는 이 테이프를 하나 발견하고서 이제서야 구입을 하게 되는군요. 역시 이 우연이라는 거 무시할 수 없는 거시기입니다. 빗자루 사온 김에 또 방마다 빗자루질 한번씩~. 난 부지런하니까, 이럴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