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맑고 향기롭게
마치 한 권의 책 제목처럼 느껴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과 `맑고 향기롭게`는 각기 다른 책의 제목들입니다. 스님이 쓰신 책들은 이미 절판되어 일반 시중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지만 도서관에 가면 스님의 책들이 잘 비치되어 있으니 그 말씀을 접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법정 스님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보니 더 많은 책들이 있는데 스님 글 많이 쓰셨네요. 아직 안 읽은 책들 중에서 고르다 보니까 이 두 권이 손에 잡혔습니다. 이 중에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은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Sutta-nipata)`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가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몇 번쯤 들어봤음직한 말인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화두가 주제인 경전입니다.
이 숫타니파타는 불교 경전들 중에서도 부처님께서 계셨던 초기 불교의 경전이라 그때의 말과 생활 그리고 문화적 분위기 등을 언뜻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헌으로써 일상적인 말로 쉽게 쓰여졌습니다. 나중에 나온 정교한 대승불교의 경전들에 비하면 소박하면서 담박하지만 그 순수한 결정체에 들어있는 부처님의 말씀들과 인간적인 모습은 단연 중생들의 마음에 청량감과 함께 감동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합니다.
경전의 글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경전이 어디 종이나 활자로 된 책뿐이겠는가.
사람은 우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
`맑고 향기롭게`는 그동안 스님께서 쓰셨던 책들에 들어 있는 내용 중에서 스님이 직접 추려낸 글들을 편집해서 엮은 책입니다. 책의 목차를 보니 이전에 읽었던 단락도 있었지만 거의 다 읽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좋았는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한번쯤 읽고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점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사람이 살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연을 맺는 그 방법 또한 다양한데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 예전에 스님의 책 `무소유`를 집어들면서부터 부처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으니 스님과 스님의 책, 그리고 그 속에서의 말씀에 많은 도움과 감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무소유가 스님의 첫 작품인줄 알았는데 이미 그 이전에 책을 한 권 더 쓰셨군요.
산중에 외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는 늘 모든 존재와 함께 있다. 어느 한순간도 나 자신이 만물과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사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떨어져 지낼지라도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면서 살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다. 더구나 물질적으로 비생산자인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의 경우는 이웃에게 크고 작은 신세를 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서 빚을 지고 있다는 부채의식이 몸에 그림자 따르듯 한다.
산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혼자서만 지니고 있기에는 조금은 벅차다. 그래서 표현의 본능이 이웃과 함께 나누기를 부추긴다. 직업적인 문필가가 아니면서도 가끔 글을 써 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부채의식에서 놓여나고 싶은 그런 소망도 작용해서일 것이다.
산버꽃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멀리 사라져 가는 이 늦은 봄, 지난 세월 동안 발표했던 글들 중에서 그때 그곳에서 겪은 내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된 것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주위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안으로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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