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4. 17:52

`수호지`, 108명의 호걸들이 난세에 양산박으로 모여들다

중국 3대 기서 중 `서유기`는 국민학교 고학년때 선물로 받아 그해 여름방학을 그 책과 함께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손오공과 부처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도술에도 관심을 가지며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쳤었지요. `삼국지`는 중학교 다니던 여름방학때 10권으로 된 전집을 무더웠던 여름 오후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선풍기로 날려가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은 세로로 인쇄된데다 제갈공명이 죽고난 뒤 강유가 서촉의 재건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명멸한 후 그들의 후손들이 분연히 일어서 중원의 멍석말이를 한판 펼치는 후삼국지까지 들어 있는 작품이었고, 이 후삼국지 또한 아주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나머지 한 작품인 `수호지`는 책으로 읽어보질 못했네요. 그래도 이 작품의 내용과 줄거리는 알고 있으니 이것은 TV 방송과 인터넷의 힘? 그러다 언젠가 중국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국내에 방영되어 띄엄띄엄 1, 3, 5, 7로 본 적이 있는데 노지심은 이름을 안 밝히고 나와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이라 승려 복장에 짙은 눈썹과 수염의 용모에 급한 성질 부리며 목소리 괄괄한 사람이 있으면 그가 바로 그임!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의 신간 `탐욕 경제(화폐전쟁 5권)`에도 나오는 북송(北宋) 경제의 몰락과 간신들이 정권을 농락하며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하면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시기를 다룬 소설에는 각기 양산박으로 모여들어 의기투합하는 108명의 호걸들이 배출되는 과정과 인간 군상들의 얽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수호지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담기에는 역부족인 관계로 전체 이야기의 부분인 단면을 조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서 굉장한 수작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수호전지 영웅본색`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는 원작에서 비중이 높은 인물인 `임충`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그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노지심도 등장하게 됩니다. 고강한 무공을 가진 겸손한 임충이 형님으로 모십니다. 그러다 나중에 임충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그를 구해주게 되지요.

여기서 임충 역은 `양가휘`가 맡았는데 지금이야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젊었을 때는 손색없는 미남이었던 그의 아내 역할에는 왕조현이 출연합니다. 노지심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옥보단` 등 홍콩 에로 영화 씨리즈에 단골로 등장하는 ㅎㅎ 배우가 연기했죠. 이 배우는 `육지금마`에도 나왔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4가지 끝판을 볼 수 있는데 `으리`의 끝판, `창술`의 끝판, `입만 살아 나불대는 주둥이`의 끝판, 그리고 `통쾌함`의 끝판입니다. 의리의 끝판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참다 참다 빡친 주인공이 후반에 펼치는 멋진 창술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여담으로 4대 기서에 포함되는 `금병매`는 수호지에 나오는 `반금련`과 그의 남편, 그리고 `서문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엽기 에로 사건들을 따로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이야기로 나온 소설입니다. 반금련과 함께 등장하는 다른 두 여인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보태 제목으로 정한 이 작품은 영화로도 각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