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6. 12:42

우리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숨결, `죽비소리`

죽비소리 -
8점
정민 지음/마음산책

나를 제발 내버려 두어다오. 숲에서 마음껏 노래하는 새처럼... (중략) ... 
티끌세상 그물은 질기기만 해, 소박한 삶을 누리고픈 소망조차 이제는 
너무 사치스런 꿈이 되어버렸구나...

12개의 장에 각각 10개 씩의 짧은 문장과 그 간략한 해설이 들어있으니 총 120개의 글을 만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도 다 읽을 수 있겠지만 이런 형식의 책과 글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니다.

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재미있게 읽는 책, 한 번 다 보고 나면 바로 덮어버리는 책, 한 차례 쓰윽 훑어보는 책, 읽고 나면 별로 기억 안나는 책, 앞으로 책도 좀 잘 살펴보고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 소장하고 싶은 책, 아껴서 읽는 책 등등...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처럼 손 가까이 두고서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좋은 책은 한 번 보고 그치지 말고, 여러번 되짚어 보고 또 곱씹어도 보자. 사람이 되새김질을 한다면 아마도 그건 독서를 통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격언, 중국의 금언 등은 그간 많이 접했지만 우리 선조들의 문장은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신선함을 동반한 친밀함 외에도 가슴에 다가오는 그 어떤 오묘한 청량감. 정신이 번쩍 들고, 가슴에 새겨 들어오는 말들은 장황하거나 길지 않다. 오히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런 글들이야말로 그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정신과 또 올바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진실한 가치를 찾고자 했던 우리네 선비들. 속세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고수했던 그 꼬장꼬장함. 이 책에 주옥같이 기재된 문장들을 삶의 지표로 삼아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의 글들처럼 세상을 향해 따끔하게 호통을 쳐줄 스승이나 어른들은 어디 없는가.

회심 會心  -  사물과 나 사이의 장벽이 무너진다

경책 警策  -  정신이 번쩍 드는 말씀

관물 觀物  -  삼라만상이 스승이다

교유 交遊  -  갈림길의 나침반

지신 持身  -  몸가짐은 마음가짐에서

독서 讀書  -  타는 목마름을 식혀준다

분별 分別  -  이것과 저것 사이

언어 言語  -  말이 그 사람이다

경계 警戒  -  앉은 자리를 돌아보다

통찰 洞察  -  삶의 표정을 꿰뚫는 안목

군자 君子  -  가슴속에 떳떳함을 지닌 사람

통변 通辯  -  변해야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