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9. 14:27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전격 취소와 범영화인 대책위 기자회견

하수상한 시절에 부산국제영화제(BIFF) 건드리고, 독립영화까지. 영진위의 존재의의는 무엇?

영화제 상영작 등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조항의 개정을 추진해 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결국 제 발 등을 찍는 모양새다. 국내 영화계 전반에도 큰 혼란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 움직임으로 작은 규모의 기획전과 애니메이션 정기 상영회가 막힌 데 이어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까지 취소되면서 영진위에 대한 비난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영화제 상영작들에 대한 사실상의 검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고 밝힌 한 졸업생은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원장을 내려보내서 문제가 많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졸업영화제도 하지 말란다"며 "이는 영진위 장악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더 영화판을 쥐고 흔들려는 것이다. 후배들의 졸업영화제가 이런 식으로 무산되다니 황망하다"고 밝혔다.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은 "박근혜를 희화화한 영화 <자가당착>이 영등위와의 제한상영가 소송에서 승소하고 독립영화기획전 형태로 상영되려고 하자,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문제삼아 그 독립영화기획전뿐만 아니라, 모든 기획전과 영화제들 일정을 모두 중단 시킨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요컨대, "최고 존엄을 희화화하거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다룬 영화들을 영화제나 다른 상영 공간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해서 싹을 자르겠다는 검열에의 의지. 지자체가 아니라 이제 '준'국가기관인 영진위에서 통제하겠다는 준엄한 의지"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쯤 되면 김세훈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최후의 한방으로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박탈해서 국내 영화제들을 모두 제 입맛에 길들이겠다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월에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세월호 관련 다큐 신작들이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영진위가 등급분류면제추천권을 없애고 자신들이 심의하면 이 영화들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