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0. 12:01

`PD 수첩`, 검찰-스폰서 25년 밀착관계 폭로

향응 · 성 접대 ‘법조 X파일’ 터지나

"나는 25년간 검사들 스폰서였다"
부산·경남 거쳐간 50여명에 금품·향응 등 제공

서울까지 원정접대… 순금 단추 전별 선물로
대검, 사안 중대성 감안 특별감찰본부 설치 검토

MBC ‘PD 수첩’이 법의 날(25일) 특집으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검찰과 이른바 ‘스폰서’의 밀착관계를 고발한다. MBC ‘PD 수첩’ 제작진이 입수한 향응 및 성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된 문건. 20일 밤 법의 날 특집(857회)으로 방영될 예정인 이날 방송분에서는 ‘PD 수첩’ 제작진이 84년 3월부터 09년 4월까지 향응 및 성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된 문건을 확보, 공개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ㅂ’ 지검장과 ‘ㅎ’ 부장을 비롯해 법무부 고위직 인사와 부장검사가 언급돼 있다. 문건에는 적어도 100명 이상의 전·현직 검사들이 향응 및 성 접대를 받았고, PD수첩은 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착수했다.

문건을 작성한 주인공은 1980년대 경남 일대에서 대형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홍두식 사장(가명)으로, 그는 84년 검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지난 25년 동안 검사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 홍 사장은 “그날그날 만나는 검사들에게 술을 사고, 숙박을 책임지고, 성 접대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라고 고백한다. 정기적인 현금 상납은 물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 ‘ㅎ’ 부장(당시 차장검사)이 후배 검사들과 함께 홍 사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그 중 일부는 성 상납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지만, 당사자는 술자리 접대만 시인했을 뿐 성 상납은 부인했다. 또 당시 홍 사장과 접대 자리에서 처음 만난 모 부장검사는 10여 일 후 자신의 부하 검사들을 모두 데리고 재차 홍 사장과 회식을 한 뒤 모든 비용을 홍 사장이 부담하게 하기도 했다.

홍 사장의 이른바 ‘X파일’에는 이 외에도 구체적인 접대 날짜와 참석자가 기록돼 있다. 2003년엔 ‘ㅂ’ 지검장이 형사1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당시 형사3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던 ‘ㅎ’ 부장과 함께 홍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았고, 문건에 적시된 것만 8차례다. 심지어 함께 자리한 일부 검사에게는 성 접대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회식에 참석한 평검사들에게 성 접대를 주선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접대에 사용한 상당수 수표 번호도 고스란히 기록돼 있어 홍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했다.

하지만 25년 동안 검사들에게 상납했다는 홍 사장 문건에 등장하는 검사들 대다수가 홍 사장의 접대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사장이 한 달에 200만원씩 정기적으로 현금 상납을 했다는 전직 지청장의 경우 홍 사장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홍 사장의 사무실에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제시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PD 수첩’ 최승호 PD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는 법의 날 특집으로 우리나라 사법부 전반에 드리운 부정 등에 대해 취재할 예정이었으나, 취재 중에 이 같은 문건을 입수하게 됐다”며 “취재 중에 느낀 점은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검찰도 비판받는데 참 익숙하지 않는 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건에 거론된 검사들 대부분이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고 심지어는 모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사실상 겁박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훈령 제581호 ‘검사윤리강령’에 따르면 ‘검사는 민주사회를 구현해야 할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검사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고 언급돼 있지만 검찰 스스로 세운 윤리강령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매우 다르다고 ‘PD 수첩’ 제작진은 밝혔다.

경향신문 / 안광호 기자


`PD수첩 제보` 부산경찰에도 불똥

총경승진 로비금 5천 만원` 혐의 부각에..
경찰 전전긍긍 해당 경찰관 돌연 병가내고 연락두절

정모(52)씨가 MBC `PD수첩` 제작진에 검찰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불똥이 경찰에게까지 튀어 부산경찰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경찰이 승진과 관련해 치부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최근 검찰이 정씨에 대해 혐의를 추가해 기소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부산 모 경찰서에 근무하던 A씨로부터 총경 승진을 도와주겠다며 로비금 명목으로 5천 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추가한 기소내용에 따르면 정씨는 2008년 1월 초순과 3월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 있는 한 술집에서 A씨에게 "경찰청장 내정자를 경감 때부터 잘 알고 지내왔다. 그 사람한테 잘 부탁해 당신이 총경으로 승진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2차례에 걸쳐 로비금 명목으로 모두 5천 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승진대상자 순위에 밀려 있던 A씨는 정씨의 말을 믿고 친구로부터 1월에 3천 만원, 3월에 2천 만원을 각각 빌려 이웃에 사는 지인 명의로 요구하는 돈이 입금된 통장을 만들어 정씨에게 도장과 통장을 건넨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만일 검찰이 혐의를 잡은 이 같은 범죄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 안팎에서 떠도는 이른바 `총경 승진에 로비금 5천 만원`이 빈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셈이어서 정씨의 제보사태가 경찰내부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국민의 거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당시 A씨의 승진이 불발로 끝나자 돈의 일부만 A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A씨는 돌연 20일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으며,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아무 할 얘기가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은 뒤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부산 연합뉴스 / 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