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5. 11:59

처녀자리와 스피카(Spica)

오늘날의 뱃사람들은 다행히도 북쪽을 가리키는 별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에도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구의 축은 황도면에 대해 23½˚ 기울어져 있다.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가 태양면을 향해 때마다 몸을 돌려 계절이 생기는 것은 이처럼 지축이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축은 팽이가 돌 때 팽이의 축이 흔들거리는 것처럼 요동한다. 이것을 '세차운동(歲差運動, precession)'이라고 부른다. 지구 팽이가 한 바퀴 흔들거리며 도는 데는 25,800년이 소요된다.

현재 지구의 축은 멀리 떨어져 있는 북극성을 가리킨다. 실제로 이 축과 북극성의 간격은 좁아지고 있다. 천구의 극은 서기 2102년 북극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데 그 거리는 ½˚이하가 될 것이다. 오천 년 전에는 지구의 축이 용자리의 `투반(Thuban)`을 가리키고 있어서 이 별이 `북극성`이었다. 서기 15,000년이 되면 북극은 일등별 직녀 근처가 될 것이다.

남반구 사람들에게는 아쉽게도 남극을 가리키는 별이 없다. 비록 별이 가장 많은 하늘이 남반구에 걸쳐 있지만, 천구의 남극 근처처럼 별이 적은 부분은 드물다. 남극은 `팔분의 자리(Octans)`에 있다. 우리가 남쪽 하늘의 `극성(極星)`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별은 팔분의 자리 시그마별인데 그것은 극에서 1˚떨어져 있다. 이 별은 5.5등별로 맨눈으로 간신히 볼 수 있을까 말까하다.

남쪽 하늘의 `처녀자리(Virgo)`는 하늘의 중간 부분에 있는데 그 곳은 천구의 적도 바로 위이다. 거기에는 눈부신 백색 일등별 `스피카(Spica, SPY-ka)`를 제외하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별들이 많지 않다. 초저녁에 스피카는 거의 정확히 남쪽에서 지평선과 천정의 중간 지점에 보인다. 이 부분의 하늘에서 스피카에 견줄 만한 별은 거의 없다. 스피카는 북두칠성의 손잡이에서 `아크투르스`를 향해 호를 그리고 그것을 쭉 연장하면 발견할 수 있다.

면적만으로 따진다면 처녀자리는 하늘에서 두 번째로 큰 별자리이다. 태양은 가을에 처녀자리에 있게 되는데 이것은 수천 년 전에도 그랬다. 이것으로 토지의 신(또는 수확의 신)과 이 별자리의 오랜 관련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신은 여러 문화 속에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이집트에선 그녀를 `이시스(Isis)`, 그리스에선 데메테르(Demeter)의 딸인 `페르세포네(Persephone)`, 색슨족은 에오스트레(Eostre)로 부른다. 처녀자리에서 유일하게 밝은 별인 스피카는 종종 처녀가 왼손에 들고 있는 밀 다발을 나타내곤 한다. 스피카는 주계열에 있는 거성으로 H-R도에서는 다른 친숙한 별들보다 위쪽에 있다.

이 별은 태양보다 수천 배 더 밝게 빛난다. 스피카는 황도와 매우 가까이 있고 하늘에 이 상상의 선(황도)을 표시하는데 도움을 준다. 행성들이 가끔 이 부근의 하늘에서 눈에 띄기도 하는데 근처에서 또 다른 밝은 천체를 발견해도 이를 잘 구분해야 한다. 처녀자리는 우주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간의 근원과 공간의 가장 끝 모서리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11번째와 28번째)으로는 `로스 128(Ross 128)`과 `울프 424(Wolf 424)`가 있으나 이 두 개의 별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적색 왜성(red dwarfs)`들이다. 로스 128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보다 약 2½배 정도 멀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