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4. 21:24

브루스 커밍스 교수 "햇볕정책 좌절시킨 MB, 얻은 게 뭔가"

이 사람 생각에 100% 동의는 하지 않는다 해도 한 번 읽어보면 참고가 되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한다고 하죠. 결국 표면적으로는 강경대응으로 나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대북 방송이나 전단지 살포 등 심리전과 서해 대규모 한미 대잠훈련을 연기했다고 하니 실제로는 조율을 하는가 봅니다. 오바마도 인도네시아와 호주 순방을 연기하는 등 물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보들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전쟁이 날지 안 날지 참 애매하면서 어정쩡한 시기지만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거라는 강한 바램을 가져봅니다. 여기에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한 몫을 했다고 보는데, 우리 국민들과 젊은이들이 큰 일을 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국지전의 반복이나 설상가상으로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모두가 패배자가 됩니다.


"나는 오바마 행정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남북갈등, 전쟁은 안 날 것"

현재까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한국 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다. 유엔 안보리에 이 문제를 회부하는 문제도, 중국을 설득시키는 일마저도 한국 정부에게 크게 의존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믿을 만한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은 북한의 강경 대응을 불렀고, 최근 한국의 주식 시장과 환율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25일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고의적으로든 우발적으로든 남-북한간의 계속되는 외교 갈등이 무력 충돌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미국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한미관계의 대표적 전문가이자 시카고 대학의 역사학과 학장인 브루스 커밍스와 26~27일(한국시각)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햇볕정책 좌절시킨 MB, 얻은 게 뭔가"

- 그 동안 남북간 긴장관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한국과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나왔고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방선거만 끝나면 지금의 위기상황도 끝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지 의심스럽다. 북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햇볕정책은 남북 관계 역사상 가장 큰 진전을 낳았다. 지난 10년(1998년~2008년)간 그 같은 진전의 효과가 지속됐고, 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는 개성 공업단지와 2000년 정상회담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진전을 거스름으로써 서울(한국 정부)이 얻게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좌절시킴으로써 지금의 갈등 상황 같은 퇴행적인 것을 제외한 긍정적인 어떤 것을 얻게 됐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 (이명박 대통령의 대응은), 국내정치를 의식한 것인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이 모든 갈등이 6월 2일에 있을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당(여당)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하토야마 일본 총리에게는 오키나와에서 후텐마 미군 기지를 이동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핑계거리를 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소형 어뢰(북한이 발사했다고 전제한다면)는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 그리고 (후텐마 기지를 옮기겠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계획을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에게 이득이 됐다."

- 왜 미국은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 않나?

"내 생각에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이 사건에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전에도 (남북간에는) 많은 유사한 충돌이 있었다. 1999년 6월, 같은 지역에서 이번보다 더 큰 규모의 사고가 있었다. 당시 남쪽에서는 9명이, 북에서는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7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사망자 문제에 대해서는 감수하기로 했다. 아마도 당시가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기였고, 2000년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이 계획 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에도 13명의 북한 군인과 16명의 남한 군인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1999년과 2002년에도, "누가 먼저 시작했나"는 문제에 아무도 확실히 답할 수는 없었다. '북방 한계선'이 미국과 남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북한은 이에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군 당사국들 모두가 알고 있다. 천안함 사건도 1999년과 2002년의 사건들처럼 분쟁해역에서 일어난 것이다. 

또한 이런 사건들은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일 뿐 아니라 봄에 일어나기 쉽다. 왜냐면 이 해역에서 꽃게가 많이 잡히는 까닭에 꽃게잡이 철이 되면 남북의 어민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기 때문이다.

끝으로, 미국과 한국은 2만 6천여 명의 군인들이 참여하는 '독수리 연습(Foal Eagle)'이라 부르는 전쟁 훈련을 매 3월마다 하고 있다. 북한은 이것을 싫어하며 항상 비난했다. 사실 여부를 내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조선일보>와 같은) 일부 언론들은 독수리 연습이 천안함 침몰이 발생했던 지난 3월 말에도 여전히 계속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경우에,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 시켰다고 전제한다 해도, 북한은 그 일을 부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했고, 아마도 남한의 대통령이 지난 10년간의 화해무드를 역행한 것과 독수리 연습에 대한 북한의 분노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46명의 해군이 사망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천안함은 분쟁해역에 있었고, 이 사건의 배경에 대해서 우리 언론들이 놓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분쟁해역서 일어난 충돌... 전쟁 일어나지 않을 것"

- 전쟁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어떤 경우든 나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면 이미 사건은 발생했고, 그런 사건이 백령도라는 작은 섬 주변에서 여러 차례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모두 갈등상황을 고조시키려 하고, 북한은 비정상적으로 호전적인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작은 충돌 하나라도 확전으로 급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심각한 위험요소가 있긴 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상황들은 한국 전쟁을 끝내는 것이야말로 미국과 남북 모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지났다."

-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만약 북한이 한 일이라면, 그것은 한국에서 안보상황이 갖는 특정한 의미를 고려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계획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그렇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번 일이 김정일의 후계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왕위 세습이다. 이것은 '마오쩌뚱 이후의 중국'이나 스탈린 이후의 소비에트 연방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 정권이 한 일(천안함 침몰)이라면,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독수리 연습에 대한 증오와 관련돼 있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 전쟁의 연장"

'한국 전쟁의 기원(커밍스는 동명의 책을 쓰기도 했다)'을 연구한 커밍스에게 이번 천안함 사건은 한국 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과 같은 맥락이다. 60여년 전 휴전선을 중심으로 수없이 거듭되던 남침과 북침. 우발적이든 고의적이든 그런 상호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어 급기야 한국 전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 커밍스의 주장이다.  

그의 지적처럼 천안함이 침몰된 곳은 분쟁해역이고, 반복적으로 무력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밝힌다며 여러 나라의 국제 전문가들을 불러모았고, 북한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미국은 그 조사 결과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제 2의 한국전쟁을 우려할 정도로 여전히 불안정하기만 하다.

오마이뉴스 / 이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