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5. 20:50

코딩만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서 뭐하려고.

교실에 보통 아이가 사라졌다

학부모들이 일반적으로 `코딩`하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로 동일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코딩 != 프로그래밍}이올시다. 그래도 코딩을 잘한다면 못하는 거 보다야 좋겠지만, 그래봤자 IT 분야의 시다바리 노가다로 만들려고요? 이 나라 현실이 그래요...

코딩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제작 과정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고 비중이 낮은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걸 한달에 수백만원씩 내고 과외까지 받는다고요? 과연 고비용 저효율 민족 답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까지 왜곡되는지 함 지켜보꾸마.

이렇게 하면 개중에 코딩을 잘 하는 아이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는 좋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마치 원리는 모르면서 비슷한 유형의 수학 문제들을 풀이하는 기계가 되어, 시험 점수만 높게 받는거랑 뭐가 다르다고.

아이들을 어린 나이에 자칫 히키코모리 수행자 만들 수도 있는 코딩에 그런 돈 들여 전념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레고와 프라모델 조립이나 보드 게임 아니면 컴퓨터 게임 중에서 지능발달에 도움이 되는 걸 재밌게 즐기면서 판타지 책과 영화로 상상력을 펼치고, 우주의 별들로 시야를 넓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게 한 200배는 낫다고 봅니다. 같은 돈을 써도 말이지요.

무조건 돈을 써서 과외를 시킨다고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다 이해하고 잘 할지도 의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 학부모, 특히 엄마들에겐 소귀에 경읽기가 된지 오래. 왜냐하면.. 내 자식만큼은 소중하고 특별하니 남보다 앞서나가 돋보여야 한다는 조선식 탐욕과 멍청한 무지가 쌍으로 또아리 틀고 앉아 쌍쌍파티를 벌이고 있으니까. 들켰니?

우리나라의 교육이라는게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그걸 꽃피워 활용할 수 있게끔 하기보단 무조건 실력이건 점수건 쎄리 뽑아내려는 방식이라 돈도 많이 들었겠다 본전 생각나서 아예 뽕을 뽑으려는데 그러다 자식들 뽕을 뽑을라.

여기에 빌붙어 기생하며 몸집을 키우는 사교육의 단적인 폐해는 이런 식입니다. 아빠가 천문학자가 되지 못한 것은 `수학`을 못해서라고. 수학을 잘하면 좋겠죠. 하지만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천문학자가 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법도 없구요. 수학을 못하면 별의 운행을 한 두줄 수식으로 적을 거 서너 줄 글로 적어서 말로 풀어 설명하면 될 거 아닙니까. 아니면 그림을 그리든지. 간단한 걸 가지고.

그래서 천문학자가 되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건 수학이 아니라 바로 `별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평범함은 어디로 가고, 요즘 애들을 예전의 보통 아이처럼 기르는게 되레 사치가 되어버렸나요? 빈부격차가 고스란히 그대로 교육격차. 그러나, 그래봤자 그런 평등이 사라지면 다른 평등(?)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