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8. 20:17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 충돌은 '암흑물질'과 연관?

"중력파가 발견된 이후 과학계에선 암흑물질을 규명하는 데 중력파를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있는 물질이 지구의 공룡 멸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로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게 사실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6천 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지만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탓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리사 랜들(54)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나아가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이 지구로 향하게 된 원인을 '암흑물질'(dark matter)의 존재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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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은 가시광선 같은 전자기파로 관측되지 않는다. 중력 반응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물질이다. 학계에서는 원자로 구성된 '보통물질'보다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배 이상 크다고 보지만 실체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랜들 교수의 가설은 이렇다. 항성이 밀집한 우리 은하 내의 원반면은 사실 이중으로 돼있다. 그 중 하나는 암흑물질로 구성된다. 태양은 은하계를 공전하며 이중원반을 3천 200만년 주기로 지난다. 그때 중력이 약하게 작용하는 태양계 끄트머리의 천체들은 암흑물질의 영향으로 궤도를 이탈해 불안정해진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혜성이 돼 6천 600만년 전 지구와 부딪힌 흔적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 충돌구다.

아직 입증되지 않은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3천만∼3천500만년 주기로 지구 생태계를 초토화한 5차례 '멸종 사건'을 추적하는 한가지 방법은 된다. 지난 14일 고려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랜들 교수는 "은하 원반면에 암흑물질로 된 원반만 추가로 들어갈 뿐 기존 이론과 모순되는 점이 없다"며 "암흑물질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암흑물질 자체가 과거 이론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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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체를 놓고 보면 공룡 멸종 시나리오는 은하계 구조에서 암흑물질 원반의 영향력을 설명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책은 '우주의 놀라운 상호연관성'(the astounding interconnectedness of the universe)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추상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구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론물리학자인 그가 천문학과 지질학·생물학을 오가며 공룡 멸종 연구까지 내놓은 이유다.

이번 책 역시 은하의 탄생에서 태양계의 구성까지 우주의 역사를 암흑물질을 중심으로 설명한 대중 교양서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밝혀진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 외에 암흑물질들 사이에서만 작용하는 '제5의 힘', 즉 '암흑 전자기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론적으로 한발짝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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