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8. 17:51

<도서평>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

연을 쫓는 아이 - 6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열림원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겨울만 되면 동네에서 연을 날리는 일이 흔한 광경이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연을 사와 뒷면에 나무 살을 덧대고, 양쪽에 얇은 종이로 짧은 날개와 밑 부분에 긴 꼬리를 붙여준 다음 두툼하게 실을 감은 실패를 연결해주면 붙인 종이 꼬리하고, 날개와 나무 살이 빨리 말라 굳어지기만을 기다려며 가슴이 설렜었다.

하지만, 너무 어렸기에 연을 날릴 줄 몰라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떠 있는 연을 바라보며 동네 형들이 연을 날리는 모습들을 줄곧 옆에서 지켜만 보기가 일쑤였다. 보통 100원, 200원 하던 연들 사이로 500원 짜리 연이 등장하면 모두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고, 간혹 방패연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었다.

일상적이었던 동네 꼬마들의 겨울철 연날리기가 성행했던 그때에도 연날리기 대회는 없었으며 `연싸움`도 말만 들었지 보지는 못했고, 지금은 일부 문화 축제에서 전통적인 행사의 일환으로 연날리기를 가끔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1학년 때 미술 시간을 통해 연을 다시 만들어 보았고, 그 완성된 연을 다음 미술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 어렸을 때 날려보지 못했던 연을 드디어 날려보았던 감회를 느낀 적도 있었다...

...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미국 때문만은 아니다.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이 침공하기 훨씬 전인 1970년대 후반에 이미 소련 연방(소비에트 공화국)이 거기를 침략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니러니하게도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 무기를 지원하며 도움을 줬었다. 영화 `람보 3`도 이 시기와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록 관객들에게 최악의 영화들 중 하나로 꼽히긴 했지만 실버스타 스텔론의 근육과 열정만은 돋보였다.. ㅡ.ㅡ

여기서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욱 연날리기에 애착을 가졌던 듯 하다. 지금과 같이 볼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연날리기 대회는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큰 행사이자 대회였으니 당연 연싸움도 성행한 모습을 소설에서 읽을 수 있다. 싸움에 지고 끊어져서 날아가는 연을 쫓아 경쟁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어렸을 때 동네를 소독하는 차 뒤를 쫓아 오후 나절 내내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며 누볐던 추억들이 겹쳐짐과 동시에 누구나 철이 없어서 천지도 모르던 시절에 저질렀던 실수..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서는 치명적인 인생의 오점으로 남게된 행동이 나의 기억속에 떠오른 일들과 겹쳐져서 읽기가 편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과거 이야기를 지나 어느새 현재의 주인공 앞에 놓인 현실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구성과 유사한 방식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왔건만 오히려 더욱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자신의 옛 이야기를 지닌 채 주인공은 어릴 때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이제는 정착을 이루고 나름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고 계속 괴로움을 느끼는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그것을 똑바로 직시하며 바라보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회피를 거듭하더라도 언젠간 운명처럼 그렇게 해야만 하는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그저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고, 조금씩 가다보면 가야할 길이 나타나는 건 단지 시간의 마법 만은 아니라고 본다.

소련군이 침략하면서부터 시작된 아프카니스탄의 피폐함과 비극은 뒤이어 탈레반이 장악한 이후로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서 악화일로를 걸어오고 있던 이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비극의 땅을 주인공은 다시 스스로 들어가 지금껏 자신을 괴롭혀 오고 있는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세상의 혼란함은 없어지지 않고, 아직 유아적인 의식 수준을 지닌 인류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만들어 내는 폭력과 슬픔들은 날이 갈수록 많아질 뿐임을 저자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서 그리고, 아프카니스탄 특유의 전통 음식들 속에서 잔잔하게 고발하고 있다. 미국의 침공까지 이루어져 혼란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 이 아프카니스탄 뿐만 아니라 세상의 찌든 가난에 심심한 위로와 함께 또한 모든 어리석음에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책을 덮고 나니 갑자기 연이 날리고 싶어졌다. 새총도 아직 어디 있을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