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1. 21:45

2012 열두 명의 현자와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2012 - 6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황소북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던 시기에 같이 읽었던 책들로 두 권 모두 일단은 종말론에 입각한 상태에서 이를 전제로 하고 있음이 서두에서 드러난다. 보다 더 종말론에 가까운 건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쪽이고, 여기서는 영화 '도니다코'의 처음 시작에서 28일 후 세상이 멸망한다고 했던 것처럼 언제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 지구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한다. 도니다코에서 그것을 알려준 존재가 토끼(?)였다면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이다.

크라브마가, 메탐페타민, 토모테라피, 알쿠비에레 드라이브 등 이들 용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건진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 중에서도 '알쿠비에레 드라이브'... 굉장히 멋진 이론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공간을 접어서 이동하는 수단이라... 현 단계에서 어디까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투명망토가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 현재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들의 성과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니 은근히 그 진도가 궁금해진다.

이 '모든 것이...' 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의 관점은 '평행 우주'이며,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지만 결국 결과는 동일하게 귀결된다는 운명 결정론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거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에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다고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거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꽤 어려운 화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존재는 무엇이며, 이렇든 저렇든 세상 모든 경우의 현실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관찰자의 위치에 있는건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그에 비하면 '2012 열두 명의 현자'는 종말론을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작가는 종말은 종말이긴 하되 사람들의 인식이 모아져 그것을 '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마야인들이 내다보았던 2012년 12월 21일을 작가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풀어낸 이 책 전반을 통하는 내용은 윤회와 인연으로 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이 인생을 살면서 우연하게 12명을 만나는 과정과 그것이 2012년의 어느 날을 위해 오래전부터 운명지어졌고, 그래서 그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지구와 세상의 미래를 하나의 큰 '터닝 포인트'로 바꿀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과연, 2012년 12월 21일이 다가올수록 인류는 의식의 각성과 향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혹시 있을지 모를 대격변이나 파국을 막고, 우주적인 변화의 흐름에 맞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지구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날이 갈수록 발생하는 재난의 수위가 높아질지 그리고, 태양이 격발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가운데 그보단 당장 내년 2011년에 전쟁이 안 일어나기를 먼저 바래본다.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 6점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