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실부품 피해비용을 시민이 부담하는 이상한 한국
원전 사고나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비해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취약한 부분은 생기기 마련이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스리마일 원전 사고에서 우리는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못해 원자로가 녹아버리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 여파로 원전 밖 시민들은 가족이나 집, 사업을 잃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원전 업계가 위험성이 이미 지적된 부실재료를 원전의 핵심설비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는 실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코넬 600이라는 합금소재는 1970년대부터 부식과 마모, 균열에 약해 원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한국 원전 14기는 여전히 이 재료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원전은 증기발생기가 있는 가압경수로(PWRs)형이다. 인코넬 600은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에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이 관은 방사능 오염수와 비오염수를 분리하면서 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균열이 생기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될 수 있다. 게다가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수천 개 가운데 단 10개만 깨져도 냉각수가 상실돼 핵연료봉이 녹는 중대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한국은 이 같은 증기발생기 전열관 문제로 실제 가동연수가 원전 설계수명에 비해 현저히 짧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골머리를 앓아왔다. 물론 원전업계는 그 간극을 줄일 적절한 해결책을 찾은 적이 없다. 그러는 동안 양국의 원전에서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결함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원전사업자들은 해당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했고, 아예 원전을 폐쇄하기도 했다.
그 임시방편 중 하나가 결함이 발생한 전열관을 막는 것이다. 두 나라에서 지금도 행해지는 이 방법은 그러나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안고 있다. 막음재가 노후하거나 약화되면 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열관을 막는 과정에서 작업자는 방사선에 피폭되고, 원전효율성은 크게 줄어든다.
원전 기술자들은 이 막음재가 마치 총알처럼 세관다발 상부를 관통해 다른 세관에도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냉각수 상실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렇게 증기발생기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하려는 시도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 비할만하다. 이 불완전한 교체과정에서 미국은 원전사업자들이 자사의 주주와 대중에 이런 위험을 전가하는 대신 관련 원전을 폐쇄하거나 부실 증기발생기 제조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40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반면 한국은 부실재료가 사용된 설비를 교체하느라 들인 수천억 원의 피해비용을 시민이 전기요금이라는 형태를 통해 감당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같은 설비를 공급한 회사가 미국에서는 그 피해비용을 부담했다면, 한국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원전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위험성은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0% 안전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증기발생기 전열관에 결함이 있는 원전 운영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전 의원은 25년전 이미 “언제 발사될 지 모르는 ‘장전된 총’을 가진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동시다발적인 전열관 파열사고가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원전사업자의 부실한 안전조치를 볼 때 사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거기다 건설 이후에도 수많은 피해비용을 감당하느라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더 이상 원전 가동이라는 모험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 단계적 탈핵뿐이다. 시민들은 원전사업자들이 이윤을 추구하느라 외면한 위험은 우리에게 돌아온 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http://www.greenpeace.org/korea/news/feature-story/3/2014/nuke-campaign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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