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좀비경제', 이제는 경제마저 좀비모드로.
날도 더운데 오싹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미국에서는 좀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마이애미에서 한 남성이 좀비처럼 노숙자의 얼굴을 뜯어먹어서 충격을 주었다. 좀비처럼 된 사람들이 자해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건들이 일어나자, 좀비 대재앙 이야기가 떠돌고 언론은 좀비를 헤드라인으로 달기도 했다. 급기야 미국 정부가 한 신문의 문의에 대해 좀비 바이러스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는 뉴스도 들린다.
좀비란, ‘보코르’라 불리는 부두교의 사제가 약과 주술로 산 사람의 영혼을 뽑아내어 마음대로 조종하는 존재를 말한다. 아이티에서는 보코르가 생각 없이 노동만 하는 좀비를 농장에 팔아넘겼다고도 한다. 이와 함께 주술을 걸어 죽은 시체를 되살려 좀비로 만드는 것도 흔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많은 공포영화에서는 이렇게 좀비로 변한 살아 있는 시체들이 인간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인간도 좀비가 된다.
좀비 이야기는 경제학자들도 흔히 쓰는 레퍼토리다. 파산해야 할 기업이나 은행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목숨을 부지하는 경우 이들은 경제의 좀비로 불린다.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좀비 기업과 좀비 은행이 유명했다. 나아가, 위기의 쇼크와 구조조정의 부진으로 인해 경제 전체가 정부의 어떤 부양정책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면 그 경제는 좀비 경제라 불리기도 한다. 이제 재정위기로 스페인과 같은 유럽 경제가 좀비경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돈다.
이는 물론 좀비로 떨고 있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을 구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유동성은 마이애미의 좀비 사건에 나오는 마약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현실에서 좀비는 없다지만, 경제에서는 자본의 탐욕과 금권정치가 좀비 바이러스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 급진적인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크리스 하먼은 최근 출판된 유작에서 현체제를 ‘좀비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죽은 노동에 기초한 생산물과 자본이 살아 있는 노동자의 삶을 지배하는 체제이다. 노동자의 피를 빨며 번성하지만 경제위기가 필연적인 이러한 체제는 싸워서 극복해야 할 무시무시한 좀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워킹데드> 등 좀비 드라마와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경제위기와 불안을 반영한 것일까. 굳이 좀비가 아니더라도, 한 경제학자는 위태로운 세계경제 상황이 납량특집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쓰기도 했다. 잠잠해질 만하면 다시 시끄러운 남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과 중국 등의 임박한 경기침체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힘을 모아 좀비들을 물리치고 끝내 살아남는다. 수많은 좀비들을 무덤으로 보내고 아침 햇살이 떠오르는 해피엔딩을 보며 우리는 한숨을 내쉰다. 현실경제에서 우리는 과연 이 좀비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한겨레 /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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