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1. 17:24

설마 했던 '물 민영화', 이미 시작됐다

영리병원 도입, 의료 민영화, 거기다 물 민영화. 이미 시작되고 있는 충남과 경북의 상수도 민영화로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고 있다. 공공재의 민영화가 왜 나쁜지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잘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제 반값등록금이나 복지는 없다. 선택적 맞춤 복지라고는 하는데 이건 쉽게 말해서 조건과 단서가 따라 붙게 마련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에 들기가 까다롭다는 건 굳이 긴 말이 없어도 알기 어렵지 않음.

"나는 충북, 경북에 안 살고, 민영화에 관심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피부에 느껴지는 자기 차례가 오지 않은 것일 뿐. 자기 차례가 왔다고 느껴질 땐 이미 늦었다는 거.

설마 했던 물 민영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하수도의 설계·시공·운영에 민간이 참여하고,
2020년 이후 대형 물기업이 탄생하는 수순이다.

상하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이어서 독점이 쉽다. 민영화의 폐해가 나타나기 가장 좋은 영역으로 손꼽힌다. 물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인천공항 민영화·KTX 민영화와는 추진 방식이 다르다. 정부 계획부터 민영화 논란을 철저하게 의식했다. 일련의 추진 계획을 보면, 세세하게 단계를 쪼개고 단계마다 ‘기정사실화’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진행한다. 각 단계는 모두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아보면 결론은 민영화다.

일종의 ‘살라미 전술’이다. 목표에 이르기까지 저항이 너무 클 때, 한번에 목표를 이루기보다는 단계를 잘게 쪼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기법이다. 전체 그림이 분명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 여론은 민영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특히 물 민영화는 대단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인천공항과 KTX를 덜컥 팔려다가 저항에 부딪혀본 정부가 물 민영화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이 ‘민영화 쪼개기’인 셈이다.

천천히 티 안 나게 ‘민영화 쪼개기’

‘전략’의 최종 제안은 이렇다. 상수도와 하수도를 통합한다. 이것이 세계적 물기업 육성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상하수도 통합 역시 자체의 정책 논리를 갖고 있고 해외 선례도 있는, 논의해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 또한 지방 상수도 통합과 마찬가지로, 민간의 상수도 사업 진출을 결과적으로 돕는다. 하수도는 이미 상당히 민영화됐다. 상수도는 민간 참여가 단계별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 통합 기업이 공기업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략’이 스스로 답한다. 정책과제 3번 지방상수도 및 하수도 통합화·광역화. 4번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물 전문기업 육성.

태영·두산·한화·포스코·동서·효성 등 참여

<시사IN> 취재 결과, 지방상수도 통합 사업의 민간 참여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강원 남부권 통합 사업을 보면, 태백·영월·정선·평창에서 통합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태영건설, 두산건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동서, 효성 등이다. 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4개 권역 8개 지자체가 통합이 완료된 반면, 또 다른 4개 권역 10개 지자체는 통합을 포기했다. ‘전략’이 기대한 만큼 속도가 나지는 않고 있다. ‘점검’이 지적한 대로다.

전반적으로 보면, 급하고 눈에 뜨이는 물 민영화 시도는 저지되는 반면, ‘전략’이 제안했던 점진적이고 조용한 살라미 전술은 중단 없이 추진 중인 셈이다. 이는 민영화 논란 이전에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22일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도 당정 협의를 통해 “수도 민영화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9월에는 환경부 장관도 물산업 육성 입법 포기 선언을 했다. 대통령·집권당·주무장관이 입을 모았다.

MB 정부와 박근혜 후보 “민간위탁일 뿐”

철저하게 사업 관점에서 관계사 내부용으로 쓴 이 보고서를 보면, 상수도에서는 광역화 확대 단계인 2015년 이후 4000억~5000억원 규모의 민간시장이, 하수도에서는 2020년 이후 1500억~2000억원 규모의 민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시설 수명이 다해 교체 수요가 크게 발생하리라 예상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물기업 8개가 탄생하리라고 ‘전략’이 예상한 시점이다. 컨설턴트가 보기에 최대 7000억원대의 민간시장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계획을 두고, 현 정부와 박근혜 후보는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위탁이라고 굳이 구분하는 셈이다.

물 산업 관심 많은 박지만과 서향희

박근혜 후보의 올케이자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사진)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핵심 인사다. 그런 서 변호사가 2010년 물산업에 주력하는 코오롱의 고문변호사가 된다. 그때부터 서 변호사는 물 관련 행사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환경정책 관련 전문가, 정책 입안자, 산업계 인사 등이 모이는 환경인포럼이라는 사단법인이 있다. 서 변호사는 2010년 1차·2차 포럼, 2011년 1차 포럼에 참석한다. 2010년 2차 포럼에서는 물산업 육성이 포함된 ‘10대 환경산업 육성안’ 발표를 들었다.

서 변호사는 2011년 1차 포럼을 마지막으로 참석자 명단에서 사라지지만, 성 아무개 변호사가 그녀를 대신해 2011년 7차와 2012년 2차 포럼에 참석하며 관계를 유지한다. 성 변호사는 서 변호사와 법무법인 주원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서 변호사가 법무법인 새빛을 차려 독립할 때 함께 옮겼다.
이와 관련해서 남편 박지만 회장이 경영하는 EG의 동향도 흥미롭다. 주로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의존하는 산화철 제조업체로 출발했던 EG는 올해 4월 등기사항을 변경해 ‘수질환경 시설업’ ‘환경설비 운영사업’ ‘환경(대기·수질) 해외 사업’ ‘플랜트 엔지니어링’ 등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등록했다.

2011년 1차 포럼에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와 물산업 육성과 상하수도 민간 참여 정책이 포함된 발표를 했는데, 서 변호사는 이 자리에도 있었다. 코오롱 경영진과 코오롱 계열사인 환경시설관리공사 경영진 등이 같이 참석했다.

시사인 / 천관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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