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연초에 함께 하는 영화 `변호인`
오늘 어떤 변호인을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관객수의 동원과 높은 평점을 동반한 호평을 받을 수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제 840만 명이었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 900만을 거뜬히 넘기고, 이번 설연휴 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볼때 다음 2월달까지 롱런하면 1,300만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침 2월 7일 LA를 포함한 북미 15개 도시 30여곳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올해 첫 천만 관객동원 영화이자 한국 영화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역작으로 길이 남을 수 있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층이 어느 특정 연령대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거의 전 연령대가 영화를 보러오고 있으며 이것은 자녀를 대동한 부모를 비롯해서 20~30대의 젊은층,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80년대 그때의 굴곡진 시절을 보내면서 민주화의 염원으로 데모에 참여하기도 했던 많은 50대 중, 장년층들에게 이 작품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전해준 것과 같은 향수의 느낌과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으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영화가 나왔다고 봅니다.
즉, 모든 것이 정치적 판단과 돈의 논리로만 결정되는 현 시대에 사람사는 세상이 그리워진 많은 국민들이 오늘날 잃어버린 뭔가를 찾아서 그 허전함을 달래줄 어떤 위안을 얻기 위해 극장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는걸로 여겨지는데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악평과 평점테러를 했던 심기 불편해서 뒤돌아 앉아 있는 배알 꼴린 사람들은 지금 이렇게 많은 관객수가 반복관람 때문이라고 또 주접을 떨고 있지만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어찌됐든 관객수는 누적인데다 아바타에 이어 역대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한 `타이타닉`의 대기록 뒤엔 10대 소녀관객들의 무한 반복관람이 있었으니 그럼 그 기록도 폄하되어야 하겠군..? 이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서운하겠는데.
<같은 국밥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것은 영화 `변호인`의 실제 모델에 대한 험담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좀 순화해서 표현해보자면 그가 대학도 못나왔으며 말을 함부로 하는 이중 인격자인데다 할 일을 구하지 못하던 중 아무도 하지 않는 인권 변호사를 해서 겨우 먹고 살았는데 그걸 미화하고 포장해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땐 그분에 대해서 잘 알지못할 때였고, 소위 `정치따위`에는 관심도 없어서 그냥 좋아하는 IT 붐을 타고 자바(Java)와 JSP를 공부하던 시기였죠.
하지만, 전두환 군부 쿠데타 독재정권이 저지른 `5공 비리`를 추궁하는 청문회에서 활약하며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던 모습을 봤기에 그걸 들으면서 '그건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에이~, 설마..."라고 했지만 거듭 주장하는 말을 들으며 한때 반신반의하기도 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난 정권의 이명박과 지금의 부정선거 정권 박근혜를 까고, 새누리를 씹는 이유들 중에 하나는 그때의 그 말을 듣고 잠시나마 거기에 휘둘렸던 데에 대한 미안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 말이 맞다고 해도 그게 어쨌다꼬, 참나.. 헌데, 그것은 한나라당(새누리 전신)과 친일 기득권, 여기에 동조하고 부응하는 1% 졸부들이 만들어낸 개.소.리였던 것이었지요. 저들이 저렇습니다. 그들의 본질적인 생리라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무지가 곧 죄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지한 국민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아서 지금도 여전히 빨갱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부화뇌동부터 하는 다혈질 무식이들은 책도 한 권 안 보면서 그저 책 읽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다니. 그런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게 빨갱이 책이었어...? 하긴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와 장하준 박사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훌륭한 책들도 불온서적이라고 하는 수준이니 뭐. 그 외에 촘스키의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하고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또, 장 박사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정말 읽어볼만한 저서들입니다.
영화에서 빨갱이로 몰려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으로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된 당시 `용공조작 부림사건` 피해자들과 처음으로 만났던 순간을 회고하는 글을 그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읽는 순간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그 시절 그 사건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던 젊은 친구들이나 어린 학생들에겐 영화에 나온 그 장면들이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그 내용을 생각해 보자면 대충 이랬던것 같습니다.
"참담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광경에 치가 떨리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는가. 그때 생각했다. 내가 이걸 맡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아니 맡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은 나라를 지키는 법이라기 보단 정권을 지키는데 사용되는 유용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얼마나 유용하냐면 없는 빨갱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편리하고 희안한 도깨비 방망이 수준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법은 `제헌 헌법`입니다. 그 어떤 법도 헌법 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 헌법을 무시하고 국보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빈약한 명분과 민심을 얻지 못한데서 오는 두려움의 발로였던 것입니다. 정권은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지도체제이지 국민을 겁주면서 억압하고 그 위에 군림하여 다스리는 기관이 아닙니다.
이 영화를 봤다면 국밥 한 그릇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침 날씨도 춥고 하니 오늘은 국밥으로. 돼지국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순대국밥과 소고기국밥을 고민하다 결국.. 선지국밥을 먹음.
사람이 살면서 한 길만을 파기가 힘들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고수한 사람의 가치는 분명 높이 평가받을만 합니다. 그리고, 중도에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해서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신념을 뒤집고, 차를 갈아탔으면 또 그대로 조용히 타고 가면 될 일이지 굳이 이전의 노선을 그렇게 부정하고 시비걸면서 비판을 해댈 필요까지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건 자신이 가졌던 신념과 걸어온 길 그 자체마저 부정하는 것일텐데.. 여기서 생각나는 얼마전 읽어본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Inferno)`에서 인용한 단테의 신곡에 이런 변절자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누구 하나를 말하는게 아니라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 지금 많이 있죠.
"변절(treacherous)은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죄악 - 실제로는 그중에서도 가장 나쁜 죄악 - 가운데 하나여서, 그 죄를 지은 사람은 지옥의 마지막 일곱 번째 고리에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힘을 가지고 있으되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고 진정으로 강자 노릇을 할 줄 알았던 사람. 그가 가졌던 비전과 제시한 방안들, 그리고 재임시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한 부분과 달성한 성과들은 지금의 말로만 창조, 창조하면서 보여주기식 요식행위 치적쌓기들과는 본질적으로 엄청나게 대조적이었습니다. 우리는 2006년, 2007년 그때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 많습니다.
눈이 부시게 하늘이 푸르렀던 오늘, 그간 포근했던 날씨가 추워지고 찬바람도 많이 부는데 유난히 추위를 타는 체질이지만 왠지 이상하게 춥지가 않더군요. 아침부터 몸도 가뿐했고, 발걸음도 가벼웠었는데 그렇게 오늘 어떤 변호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저물어 가는 2013년 크리스마스에 우리 국민들에게 전해진 선물같은 영화.
새누리는 절대 이런 선물을 국민에게 못 준다에 영화표 한 장 겁니다.
올 여름에 설국열차와 함께 봤었던 `더 테러 라이브`가 그러기를
바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흥해라, 1천 5백만 관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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