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검사들`, 효성사건에도 등장.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BBK사건과 2009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군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두 사건의 수사책임자들이 중복된다는 점이다. 물론 '수사결과가 용두사미였다'는 것도 공통점에 추가될 수 있다.
최재경-김기동, BBK사건 '무혐의' 처리 이후 승승장구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검찰의 BBK사건 수사는 중대한 고비였다. 당시 BBK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주도한 인사는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특수1부부장 검사였다. 최 부장은 특별수사팀의 주임검사였고, 김 부부장은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직접 심문했다.
하지만 대선 투표일을 2주 앞둔 12월 5일, 검찰은 "이 후보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BBK 실소유,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해 이 후보가 개입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후보를 둘러싼 '3대 핵심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것.
'면죄부'를 얻은 이명박 후보는 500여만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와 함께 BBK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최재경 부장과 김기동 부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했고, 특히 차례로 이 대통령 사돈그룹인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 눈길을 끈다.
최 부장은 이명박 출범 직후 대검 수사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 8월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부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거쳐 현재 특수부 선임부장인 특수1부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PK(부산?경남)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면서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차례로 수사했다. 수사의 처음은 최재경 실장이, 끝은 김기동 부장이 맡았다.
효성사건 '용두사미'로 수사종결시킨 'BBK 검사들'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은 노무현 정부 시절 포착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국가청렴위에서 검찰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수사에 착수한 경우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관련 첩보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지난 2006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효성그룹과 관련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한 뒤 관련 내역을 검찰에 건넸다.
또 2007년 말 국가청렴위(현 국민권익위)는 "효성그룹이 2000년께 일본 현지법인 수입부품 거래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를 받고 자체조사를 벌인 뒤 2008년 2월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기 이전인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에 '효성그룹 범죄첩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최재경 실장이었다. 그는 2007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특수1부장을 지냈다.
검찰은 거물들이 연루된 경제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이 사건을 공식 배당하고, 2008년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8월부터는 효성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18개월이 흐른 지난 9월 30일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원대 비자금 조성만을 확인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에는 최재경 실장과 문무일 인천지검 1차장, 김오수 원주지청장, 김기동 부장 등 4명의 쟁쟁한 특수수사통 부장검사들이 동원됐다. 수사의 처음과 끝을 각각 맡은 최재경 실장과 김기동 부장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사건 무혐의 처리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검찰이 작성한 '효성 보고서'와도 큰 차이 보여
그런데 BBK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의 결말은 거의 비슷하다. 전자의 핵심 의혹들은 '무혐의'를 받았고, 후자의 경우 개인비리로 축소됐다. 국가청렴위 등 국가기관들이 검찰에 넘긴 첩보내용은 효성그룹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현직 간부들의 개인비리로 수사를 종결한 것.
이러한 수사결과는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기 전 검찰에서 작성한 '효성그룹 범죄첩보 보고서' 내용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부실수사'를 넘어 '대통령 사돈그룹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 보고서는 효성그룹이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을 통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드러난 것처럼 효성그룹 오너일가는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으로 콘도 등 해외부동산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에서야 내사에 착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외환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배임죄, 조세포탈죄 등 위법 가능성이 적시됐지만, 검찰은 효성중공업 전·현직 임원, 건설부문 고문·상무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이 효성아메리카, 효성홍콩, 효성싱가포르 등 해외법인을 통해 재산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의 핵심의혹들은 묻히고 말았다. '재벌그룹의 비자금 조성'이라는 대형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수사하는 동안 주임검사를 포함 2-3명만의 수사검사를 배치한 것이야말로 '봐주기 수사'의 명백한 징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마이뉴스 /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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