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4. 20:08

호랑이와 봉황이 살고 무궁화가 피는 군자국

서기 3세기, 중국 서진(西晉) 시대에 살던 장화라는 사람이 지은 책인 <박물지>를 보면 군자국(君子國)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군자국에서는 사람이 옷과 관을 쓰고 칼을 차면서, 두 마리 호랑이를 데리고 다닌다. 군자국 사람들은 예의와 사양하기를 좋아해서 서로 싸우지 않는다. 군자국의 땅 넓이는 사방이 천리이며, 훈화(薰華)가 많다."

군자국은 고대 한반도를 중국에서 부르는 말이었다. 군자국 사람들이 두 마리 호랑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문장은 아마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아서 그렇게 된 듯하다. 실제로 19세기 말까지 한반도는 전 세계를 통틀어 호랑이가 가장 많이 살던 땅이었으니까.

군자국 사람들이 예의와 사양하기를 좋아해서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말은 곧 그들이 도덕을 지키고 평화스럽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이 고대 한국을 가리켜 "예의를 아는 동쪽의 나라"라는 뜻의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른 것도 여기서 유래한 듯한다.

한편 중국 송나라의 학자인 범엽(398~446)이 쓴 <후한서(後漢書)>를 보면, 고대 한반도에 대해 이런 긍정적인 묘사가 나온다. "무릇 동방을 이(夷)라고 하였으니, 이는 성품이 어질어서 살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하여 타고난 성품이 부드럽고 순박하여 옛 중국의 성현인 공자도 구이(九夷)에 살고자 하였던 것이다. . . 그 나라(고조선)에는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살만큼 도둑이 없었으며, 그리하여 공자가 구이에 가서 살고싶다고 하였다. 이른바 중국이 예를 잃어버리면 사이(四夷)한테서 구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서기 3세기에 나온 중국의 사서인<삼국지>에도 동예(지금의 강원도)나 옥저(지금의 함경남도) 같은 고대 한반도의 부족국가들을 가리켜 "그 사람들은 성품이 순박하다."라고 한 것을 보면, 확실히 중국인들은 한반도의 주민들을 순박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박물지>에 나온 `훈화`는 무궁화를 가리킨다. 무궁화를 다른 말로 근화(槿花)라고도 부르는데, 신라 시대의 학자인 최치원은 당나라에 보내는 글에서 신라를 가리켜 `무궁화의 나라(槿花之鄕)`라고 불렀다. 서기 3세기 <박물지>에 군자국과 무궁화의 관계가 언급될 만큼, 무궁화가 한국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인식의 유래가 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후한(後漢, 25~220)의 학자인 허신(30~124)은 그가 쓴 문헌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군자국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남겼다. "신성한 새인 봉(鳳)은 동쪽의 군자국에서 사는데, 봉이 나타나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여기에 언급된 봉은 곧 봉황(鳳凰)이다. 고대 중국에서 봉황은 공작처럼 생긴 새를 지칭하는데, 깨끗한 물만 마시고 대나무 열매만 먹으며, 수명의 제한이 없어 영원히 산다고 할만큼 신비한 짐승으로 알려졌다. <장자(莊子)>

봉황이 중국 동쪽의 군자국인 고대 한반도에서 산다고 하는 내용은 곧 봉황이 옛날부터 한국에서 높이 숭상했던 신비한 동물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자료다. 조선의 왕실이나 오늘날 청와대가 봉황 문장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고대 한반도를 가리켜 "호랑이와 봉황이 살고, 무궁화가 피며, 사람들의 성품이 순박하고 예의와 사양하기를 좋아해서 다투지 않았던 군자국"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도사 서 복을 보낸 곳이 제주도라는 전설이 제주도 현지에 전해 내려오고, 북송 시절에 편찬된 문헌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도를 닦아 신선이 된 신라인 김가기(金可記)가 당나라를 방문하자, 조정의 수많은 대신과 백성이 맞이하러 나와서 절을 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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