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2. 20:50

종이책과 태블릿 전자책의 비교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인지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자책 시장은 일단 태블릿을 판매한 뒤에도 계속 돈을 벌어들이게 해준다는 점에서 돈줄로 여겨진다. 가령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다운받으면 전자책 수익의 일부가 애플에 돌아간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1억 7,000만 대가 넘는 아이패드를 판매한 애플은 이미 상당한 정기적 수입을 확보한 셈이다.

게다가 사용자가 전자책을 읽는 행동 자체도 돈이 된다. 전자책 단말기에는 사용자의 독서습관을 살피는 스파이웨어가 가득 들어있다. 빅데이터 기업들은 책 선택과 책 읽는 방식에서 귀중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 소비자를 좀 더 잘 공략하고 싶어하는 출판사와 광고주에게 팔아넘긴다.

전자책의 등장은 단지 책의 비물질화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책은 다양한 하이퍼텍스트 링크를 통해 책을 `보강`하고 `풍부하게` 하고 `역동적`으로 만든다. 인터넷 연결 통로를 제공해 온갖 종류의 주석, 소리, 영상으로 독서를 방해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한결같다.

접속시간, 즉 `돈이 되는` 시간이 길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종이책을 읽는 것, 다시 말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의 독서 행위는 데이터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빅데이터 기업에는 상업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의 말을 빌리자면, "인터넷 기업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은 천천히 여유롭게, 혹은 집중해서 책을 읽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산만함을 독려해야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독자는 `초연결형 개인`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신없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벌처럼 강박적으로 `꿀 모으기`에 몰두하면서,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계속 옮겨다닌다. 결국 생각은 분산되고, 사고는 짧게 경련하듯 이루어진다. 이와 관련해 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는 이렇게 경고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신적 접속과 차단, 다양하고 이질적인 정보의 지속적 누적, 스크린과 메시지, 온갖 성향의 유혹에 대한 중독은 생각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느끼는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위험이 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자책을 읽을 때와 종이책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는 각기 다른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는 전자책이 우리의 사고 구조 자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전자책을 읽으면 메시지 수용력이 떨어지고, 따라서 내용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진다. 아동 발달 문제 전문가인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 교수 패트리샤 그린필드는 인터넷을 많이 하면 "심층 지식의 습득과 귀납적 분석, 비판적 사고와 상상, 성찰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캘리포니아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게리 스몰은 "급증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생활과 소통 방식만 바꾸는게 아니라 우리의 뇌도 빠르게, 그리고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이 우리의 지각적 도식을 이렇게 단시간에 크게 변화시킨 적은 없었다.

빅데이터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게도, 자극을 좋아하는 인간의 뇌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디지털의 유혹에 길든 뇌는 계속해서 그 자극을 요구한다. 디지털 기업들은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려는 성질을 지녔음을 이용한다. 휴대전화상의 지속적인 신호는 인위적인 자극을 유발하고, 이 자극은 일종의 디지털 최면을 통해 자제력 상실을 초래한다.

우리의 주의력은 대개는 무의미한 수많은 것에 사로잡힌채, 더 이상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퍼즐조각처럼 분산된다. 집중하는 능력,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게되는 것이다. 열중해서 책을 읽는 일은 점차 드물어지고 있다. 이 주제 저 주제로 옮겨다니는 것에 뇌가 익숙해진 나머지, 프루스트나 톨스토이를 읽는 일은 일종의 자기와의 싸움이자 힘든 수련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지배: 인터넷과 신기술은 어떻게 우리 삶을 정복했는가>의 저자 세드릭 비아지니가 말했듯이, 책은 "막대한 네트워크와 끊임없이 밀려드는 정보나 유혹도 미치지 못하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다. "종이책은 선형성과 유한성을 통해 속도의 숭배를 지지하는 침묵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혼돈의 한가운데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비아지니의 설명이다.

이제 사람들은 글을 읽을때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물수제비를 뜨듯이 표면에만 머문다. 웹은 현실세계를 단순화하는 기계가 되었고, 언어 자체도 단순화의 대상이 되었다. 생각을 140자로 압축해서 표현하게 되어있는 트위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 .

-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