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의 `고난`에 대한 풀이
'고난이란 무엇인가. 영이 물질에 대하여, 양심이 욕망에 대하여, 생명이 사망에 대하여 항쟁하는 일이다. 생명이 그 반대물을 완전히 극복하는 때까지 고난은 없을 수 없다. 고난이란 살았다는 말이요, 생명이 자란다는 말이다. 도덕적으로 진리적으로 자란다는 말이다. 고난없이 혼의 완성은 있을 수 없다.
고난은 인생을 위대하게 만든다. 고난을 견디고 남으로 생명은 일단의 진화를 한다. 핍박을 받음으로 대적을 포용하는 관대가 생기고, 궁핍과 형벌을 참음으로 자유와 고귀를 얻을 수 있다. 고난이 닥쳐올때 사람은 사탄의 적수가 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친구가 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고난은 육에서는 뜯어가지만 영에서는 점점 더 닦아낸다. 고난이 주는 손해와 아픔은 한때이나 보람과 뜻은 영원한 것이다. 개인에 있어서나 민족에 있어서나 위대한 성격은 고난의 선물이다.'
그렇다. 고난은 은혜와 축복의 문턱일 수 있다. 나 혼자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때에는 문턱 너머에서 두팔 벌려 기다리는 하나님을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는 고난에 직면하는 법을 훈련받지 않았다. 그래서 당혹스러운 상황 앞에 이르렀을때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 고난 앞에 의연해질 수 있을까. 미국 신학자 팀 켈러 목사가 한 말이 있다. "고난은 나를 고통받기 이전과 같은 상태에 두지 않고, 더 나은 사람 또는 더 나쁜 사람이 되게 한다"고.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을 펼쳐보라. 완성도 낮은 문장은 말할 것도 없고, 얕은 사고의 흔적에 고개를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게 된다. 이렇게 성인이 되어 옛날 일기장을 민망한 시선으로 목도하는 나에게, 일기를 쓸 당시로부터 현재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나. 헤아릴 수 없을, 기억하기 어려울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인생의 고비로 여겼지만 지금은 웃으며 추억할 해프닝을 포함해 말이다. 이같은 경험과 성찰에 내가 단련됐음은 불문가지다. 그렇다. 고난이 나를 성숙하게 만든 것이다.
- 혐오를 혐오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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