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5. 22:51

평화가 시급하다, 냉전체제의 해소와 종식부터

. . . 내적인 상황도 기형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경제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여기서는 연대도, 교감도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자독식의 싸늘한 논리만이 존재합니다. 이건 사회가 아닙니다. 정글입니다. 한국은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 사회이고, 시장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어떻게 이런 기형적인 국가가 되었을까요?

이 기형적인 국가, 이 부조리한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남한과 북한의 냉전체제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형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냉전체제가 시급히 해소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냉전체제 극복이라는 얘기입니다. 냉전체제를 해소하는 것은 통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것이 곧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은 천천히 하더라도, 분단을 야기한 냉전체제 해소는 시급히 이루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냉전체제가 이 나라를 완전히 볼품없는 나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냉전체제는 군사 주권을 미국에 양도함으로써 한국의 국가 주권을 훼손했고,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지형을 조성하여 정치 구도를 기형화했으며, 재벌 독재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 경제 정의를 파괴했고, 권위주의적 성격을 심어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왜곡했습니다.

이러한 기형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냉전체제와 그로 인한 분단체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의 정전체제를 빠른 시일 안에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당장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적대하지 말아햐 하며, 교류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가운데 교류가 지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입니다.

다양한 통일의 방식들 중에서 `최선의 방법은 이것이라`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통일 방식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남북 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가느냐에 때라서 그에 맞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겠지요. 천천히 신중하게 가야됩니다.

그러나 평화체제 구축과 냉전체제의 해소는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냉전체제를 해체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기형화되고 우리 사회가 기형화되고, 내가 기형화되는 이 상황을 끝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통일을 이야기할 때 주로 경제적인 요인에 대해 많이 언급합니다. 통일을 했을 때 우리가 얻게되는 여러가지 부가가치에 대해 관심이 많지요. 물론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통일 이후에 발생하게 될 통일의 효과, 특히 경제적 효과는 중요하지요.

그러니 그것보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기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분단은 저 판문점에 딨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분단이 우리 속에 들어와서 우리를 기형화시켰습니다. .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교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