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닌도시(七人同志)는 귀신 일곱이 한 조를 이루어서 나타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들은 비가 오는 날 저녁에 도롱이를 입은 차림으로 나타나 서로 대화하면서 길거리를 걸어간다. 길을 가다가 시치닌도시를 발견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원래 봉건 영주들의 가혹한 세금 착취에 분노하여 잇키(일본의 농민반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후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영혼이 원한을 품고 이승을 떠나지 못하며 방황하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감염병 같은 재앙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같은 시기의 조선보다 세금을 훨씬 더 많이 걷어 백성을 수탈했다. 조선은 백성이 바치는 세금이 전체 소득의 10~30% 가량이었던데 반해 일본의 백성이 기본적으로 내야하는 세금은 `5공5민` 정책에 의해 전체 소득의 50%였다. 전쟁이 격렬했던 15~16세기 전국시대에는 전체 소득의 70~80%에 육박할 만큼 높았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에도막부 시기에도 일본 농민들의 세금부담은 변함이 없었다. 관리들은 "참기름과 백성의 세금은 짜면 짤수록 더 많이 나온다"고 믿었기에 해마다 세금을 늘리기 일쑤였다. 가혹한 현실을 견디다 못한 농민이 세금을 줄여달라고 쇼군 앞에 나아가 호소하면 곧바로 붙잡혀 목이 잘려 죽었다. 그런 호소가 법으로 금지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세금착취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농기구를 손에 쥐고 영주의 성이나 관아를 습격하는 반란인 잇키를 자주 일으켰다. 에도막부 시대에 일어난 잇키만 해도 그 횟수가 3,000건 이상이나 될 정도로 잦았다. 140만 명이 굶어죽은 `덴메이 대기근` 같은 재해도 그 시기에 자주 일어났다.
조선에서도 경신대기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기근이 존재했다. 하지만 조선은 국가 차원에서 굶주린 백성을 먹여살리려 노력한 반면 일본은 조선과 달리 중앙집권적인 통치체제가 아니라 봉건 사회였기 때문에 다른 번(지역)에서 일어난 대기근을 방관했다.
96만명이 굶어죽은 교호(享保) 대기근(1732~1733)이나 140만명이 아사한 텐메이(天明) 대기근(1782~1788), 20~30만명이 죽은 텐보(天保) 대기근(1833~1839) 같이 흉년과 대기근이 연이어 벌어졌기에 먹고살기 힘들어진 탓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에도막부의 가혹한 세금 정책이 문제였는데 농민들한테 거두는 세금을 일부러 높게 매겼다.
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념 때문이었다. "백성들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라"가 그의 정책이었다. 그렇게 해야 백성들이 정부에 반항할 생각을 못한다는 속셈이었다. 막부는 당시 일본 전체 인구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었던 농민들에게 "잡곡과 콩잎을 주식으로 하고, 백미는 세금으로 바쳐야하니 가급적 먹지 말라."고 하며 식생활에까지 간섭했다.
이 기간에 일본 전체를 통틀어 한 해에 마비키로 죽은 아이들을 대략 4~5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일본은 1726년부터 인구조사를 했는데, 에도막부가 끝나는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인구가 대체로 2,700만명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마비키를 통해 일본 농민들이 어린 아이를 죽임으로써 인구가 조절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대략 140년 동안 최대 600만명의 아기들이 마비키라는 풍습으로 죽어간 셈이다.
- 일본의 판타지 백과사전 중에서

설날 명절연휴에 읽는 책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에 수록된 기존의 120개에 10개의 이야기가 더해진 완전판입니다. 추가된 내용 중에는 세상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포함.일본의 판타지 백과사전에는 임진왜란 관
dynamide.tistory.com
'우리역사 재조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력조선] 화포 발사체 이야기: 대형 화살 feat. 플라잉 대들보, 대장군전 (0) | 2024.11.13 |
---|---|
조선시대 역대 임금 계보 (0) | 2024.11.06 |
정유재란을 끝낸 울돌목 명량해전도 (0) | 2024.10.25 |
[화력조선] 100발 토론 1부: `천자총통`을 한 손으로 들었던 장수 (국립진주박물관 X 곽재식) (0) | 2024.09.03 |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0) | 2024.08.15 |
고려사 10분 끝내기 (0) | 2024.08.09 |
조선사 10분 끝내기 (0) | 2024.08.08 |
근대사 10분 끝내기 (0) | 202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