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8. 22:54

차가운 제트를 뿜어내는 블랙홀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또한 역설적이게도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기도 합니다. 여기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주변에서 일종의 고리 같은 강착 원반을 형성하면서 수백만 도로 뜨겁게 가열되기 때문이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자기장의 힘으로 강착원반의 수직 방향으로는 강력한 물질의 분출인 제트(jet) 방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에서는 아주 강력한 제트 분출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알려진 블랙홀이 거꾸로 물질을 강력하게 방출하는 것입니다.

블랙홀의 제트는 보통 매우 뜨거운 상태로 수백만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곤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물질은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하지만 예외가 발견되었으니 칼머스 대학의 수잔 알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를 이용하여 지구에서 무려 7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1377의 거대 질량 블랙홀을 관측했습니다.

이 블랙홀 역시 주변에서 많은 물질들을 끌어들이면서 제트를 방출하고 있었는데, 연구팀은 이 은하의 제트가 다른 블랙홀과는 다소 다르다는 점을 발견. 이 제트는 시속 80만km의 속도로 대략 60광년 지름에 500광년 정도의 길이였는데, 뜨거운 플라스마를 뿜어내는 대신 비교적 차가운 가스를 방출하고 있다는게 밝혀졌습니다. 이 블랙홀의 제트에서 일산화탄소 분자의 파장이 감지되었기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블랙홀의 제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분자이므로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조사했습니다.

이 블랙홀의 제트가 차가운 이유는 막대한 양의 가스를 뿜어내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어떤 이유에서든 블랙홀 중심으로 막대한 가스가 유입되었고 이 가스가 제트로 분출되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어 온도가 낮아진 것이며 대신 분출하는 가스의 양은 엄청나게 많아져 천문학적으로는 짧은 시간인 50만 년 정도 시간 동안 무려 태양 질량의 200만 배에 달하는 물질을 분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블랙홀 주변의 가스가 고갈되면 이 차가운 제트는 다시 일반적은 뜨거운 플라스마의 제트로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관찰과 수반된 연구는 블랙홀이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한 밝고 뜨거운 제트뿐만이 아니라 차가운 고밀도 가스도 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보통은 무엇이든 빨아들인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블랙홀들은 일반적인 상상이나 알려진 것들보다 훨씬 복잡한 천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사참조 - 서울신문 나우뉴스 / 고든 정 통신원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제트기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