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2. 23:01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해외 수천억대 자산 보유

부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저축은행은 그동안 자산규모 업계 1위로 수많은 부산시민들이 적든 많든 예금자로 가입되어 있는 곳이다. 이런 은행이 어느 날 갑자기 부산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주며 '영업정지'를 당했다.

졸지에 부산시민들은 큰 믿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크든 적든 재산의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당연히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에까지 강한 불신을 보이며 며칠째 이어지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산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거 정부당국이나 관계기관에서 이 사태에 시급히 대처하지 못하면 자칫 사태가 더 크게 악화될 소지마저 보이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부산저축은행의 자기 자본이 2,397억에서 갑자기 -216억으로 줄어들어 자기자본 완전 잠식상태가 되어버린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2010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의 3~4개월 동안 부산저축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늘 뉴스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이 소유한 해외 부동산이 10만평 이상이고, 이게 수천억 대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용인즉슨, 캄보디아에 '캄코은행'을 설립했고, 거기서 2018년까지 시행되는 신도시사업에 돈을 쓴 것이다. 은행 측은 해외투자라고 말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말이 좋아 투자지 이건 고객들이 예치한 돈을 해외로 빼돌린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예금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했나. 어디서 허락받고 누구 맘대로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반면 국내에서는 날벼락 같은 영업정지와 함께 계열사로까지 불똥이 튀어 예금주들이 일시에 몰려드는 '뱅크런' 사태까지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이틀 동안 4,000억 이상이 인출되었으니 유동성 부족은 당연한 일이고, 급기야 부산2저축은행마저 영업정지를 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2곳 모두 부실 위험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상황까지 벌이면서 무리하게 해외 부동산 소유는 무슨 배짱으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 측은 부실이 아니고, 유동성 공급 부족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자기 자본 완전 잠식된 상태는 둘째치고라도 영업 재개가 된다 한들 이미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마당에 또 다시 뱅크런이 일어날 건 자명한 이치. 따라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삼화저축은행처럼 우선인수 협상자를 선정해서 2~3개월 내로 인수, 합병 등의 M&A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예금이 묶이고 이자를 못 받게 된 예금주들을 위하는 길이다. 금융당국도 이렇게까지 경영을 제대로 못하고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 은행 측을 본보기 삼아 강한 책임추궁과 법적처벌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금전적인 손실에 대한 피해도 피해지만 사람들을 실의에 빠뜨리고,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자칫 은행 측이 꼼수를 부려 사태를 장기화할 경우 부산시민들과 예금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행여 은행 측에서도 부실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느니 시간을 준다면 어쩌고 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여지껏 해온 것만 봐도 그런게 설득력이 있을리 없겠지만, 성난 민심을 오히려 더욱 자극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객들 중 상당수가 연세 많으신 노인분들임을 감안해서 부채이전(P&A)를 하더라도 5,000만원 이상을 예금한 고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도덕적 해이와 고객을 등한시 한 업체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징벌적 과징금 또는 매각 절차 등의 과정을 통해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방법을 적극 모색해 봐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기자본 비율(BIS) 5% 미만으로 밝혀진 2금융권 중에 '우리저축은행'에도 월요일 아침부터 수백명의 예금주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이 은행은 이 날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한채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강원도민저축은행은 사상 초유의 자체 휴업을 했다가 7번째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특히 이런 상황일수록 마음이 더욱 불안하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은 인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하지만, 그 말을 하기 전에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이때까지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나. 은행권도 물론이지만 금융당국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보다 더 시급한 건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마무리 짓는 일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도 실의에 빠지고, 분노한 부산시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