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9. 15:01

[시사저널 단독]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극비에 진행했다.

`살아 있는 샘플 테스트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

실험 결과도 미 해군에 넘겨져 ‘생화학 실험장’ 전락 우려

미 국방부가 이른바 ‘주피터(JUPITR)’라는 명칭으로 주한미군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생화학 실험’과 관련해 최근 2년 동안에만 무려 300억원 넘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0월 1일부터 적용되는 미 국방부 2018 회계연도 예산에도 약 96억원을 추가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서 ‘살아 있는 탄저균’ 실험

그동안 ‘주피터’ 프로그램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5월 미 국방부가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로 쓰이는 ‘살아 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미군기지 등에 배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11월 주한미군은 실제로 미군이 관할하는 부산항 8부두에 이 ‘주피터’ 관련 시설을 도입한 것을 뒤늦게 인정해 부산 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미 국방부의 ‘생화학 프로그램’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미군은 2016년 회계연도와 2017년 회계연도에만 각각 약 300억원과 29억 6,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피터’의 부산항 8부두 도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 결과 자료 미 해군이 활용

또 한국에서 진행되는 ‘주피터’의 실험 결과에 관한 자료도 2017년부터 새롭게 추진된 ‘미 해군 생화학방어 프로그램(EMBD)’에 그대로 활용되는 것으로 최초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피터’와 관련해 한국이 미군의 ‘생화학 실험장’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2017년도부터 새롭게 시작된 EMBD 프로그램은 ‘주피터’의 향상된 기술시현(ATD) 등의 기록을 미 해군을 위해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EMBD는 적은 비용으로 생물학전 공기(aerosols) 매개체를 탐지 및 수집하고 규명하는 시스템”이라고 명시했다.

“`주피터`는 도심 핵실험장 건설보다 위험”

하지만 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12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5년 ‘살아 있는 탄저균’ 사태를 분석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점은 우리 정부나 국방부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국방부 측은 ‘방어용’이라고 말하지만, ‘주피터’가 생물학 무기개발용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번 ‘탄저균 사태’에 관해서도 “살아 있는 균은 전적으로 무기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라며 “비유하자면 핵실험과 같은 것으로, 생물무기가 우리나라에 마음대로 들어오고 연구시설이 있고 실험이 시행된다는 것은 거기서 핵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도심에 있는 이런 시설에서 ‘탄저균’이나 다른 샘플들을 다루다가 사고가 난다면, 이는 핵무기가 폭발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그 잔혹성은 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출발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위험성을 감추지 말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 하루빨리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에 관해서는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물론 국방부도 ‘군사 기밀’을 이유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해 하나의 정보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도 올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에 관한 정보공개청구(FOIA) 요청에 전부 ‘검은 칠(redacted)’한 문서만 보내오는 등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관련 부서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부산항 8부두에 이미 도입해 진행 중인 ‘주피터’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이 있음에도 부산시청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무슨 시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지금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민원 등으로 수차례 국방부에 현장 답사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도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http://www.sisajournal.com/journal/article/172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