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기자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주진우 지음/푸른숲 |
독서의 계절이라고 따로 없지만 그래도 가을은 깊어가고 점점 해가 짧아지면서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의 중순,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오늘부터 현재 우리 사회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해 읽을 만한 책들을 한 권씩 소개해 볼까 합니다. 그 첫번째는 `주.기.자` 죽이자가 아이라예.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진 두 단어는 '치열함' 그리고 '생생함'이다. 그만큼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취재를 했던 일련의 상황들과 때론 급박하게 흘러갔던 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로 권력과 비리가 취재 출입처이면서 유일하게 사인을 하고 다니는 기자. 개독교로부터 `사탄`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항상 짱돌 2개를 준비하여 나쁜 놈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쫓아가서 당당히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여태껏 살아오면서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고, 싸운다고 힘이 들었을까. 그래도 계속 걸어가는 그가 존경스럽고, 그저 책을 읽으며 마음만으로도 응원해주고 싶다.
유영철 사건의 내막으로부터 시작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이 적나라하게 들어있기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하고도 순도 높은 우리네 세상의 감춰진 장막 뒤 치부에 돋보기를 대 보거나 캐캐묵은 먼지 구덩이를 죄다 털어내는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다. 완전히 성역이던 삼성그룹,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재벌 일가에 대한 10년 간의 취재를 통해 삼성 전문가가 되었고, 역시 또 하나의 금역이던 대형교회와 큰 목사님이라는 종교 마피아의 내분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대형교회에는 예수님이 없다라는 말을 또다시 새삼 실감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들 이야기의 전문가 주기자는 삼성과 검찰 및 정치권의 결탁과 대형교회 목사와 조폭의 공생관계를 더할 나위없이 명확하고 훌륭하게 밝혀주고 있어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런 대형교회의 내막보다도 더 알려지지 않은게 비밀통제가 뛰어난 천주교구의 정진석 추기경과 꽃동네 그리고, 불교계에서 벌어지는 높은 신부와 스님들의 표리부동한 행위들이다. 여기에 재벌 언론들까지 파헤치며 신정아, 장자연, 광우병 위험 미국 소고기 수입을 다룬 MBC PD수첩의 법적 공방사태까지 다루고 있다.
BBK 사건에 대해서는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와 정봉주 전 의원의 `달려라 정봉주`에 잘 나와 있는고로 여기선 이명박과 에리카 김의 관계와 BBK 사건에 대해 한창 시끄럽던 때 미국까지 가서 에리카 김 누나를 만난 사연들이 한 편의 해외로케 드라마를 방불케 하고, 이명박 일가와 친인척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엮여졌는지가 잘 드러나는데 주기자는 이들에게서 단돈 얼마라도 부당하게 착취한 돈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덧붙인다. 일단은 감옥부터 보내놓고 - 지금 몇몇 면면들이 먼저 들어갔지만 - 두고 두고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기자는 현 정권뿐만 아니라 이전 노무현 정권 때에도 취재를 파고 들어 밝힐 건 밝히며 할 말을 했고, 당시 청와대를 곤욕스럽게 한 적도 있었다. 현장을 발로 뛰는 기자만이 보고 알 수 있는 미묘한 흐름을 바탕으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두 진영의 단일화와 그 파기의 민감한 순간을 언급했고, 참여정부의 소극적인 정책행보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참여정부와 급이 다른 이번 MB 정권의 비리를 읽으면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인간적인 됨됨이를 확인하며 그의 죽음이 슬펐다.
지금도 계속되는 친일은 소위 종북이라는 허깨비를 먹고 사는데, 평생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렇게 괴롭힌 장본인이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고, 이들은 반공을 국시로 삼으며 폭력을 앞세운 군부독재를 자행했지만 현재 일부 세력들에 의해 우리 사회를 공산화로부터 지켜내고 경제를 발전시킨 영웅으로 추앙하며 미화하고 있다. 하지만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그때부터 시작된 경제발전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보듯이 고환율을 좋아라 하는 수출지향에다 재벌 중심과 부동산 위주의 배려없고 복지따윈 신경쓰지 않는 성장일변도의 양극화 심화이다.
이 사람들이 복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서울시 무상급식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무상급식하면 금방이라도 재정파탄 날 것처럼 호들갑 떨면서 강물엔 수십 조를 기냥 쎄리 부으면서 말이다. 이들에게 복지란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못 사는 사람들한테 마치 베풀어주는 것처럼 한번 선심쓰듯 떡고물 떨어뜨려주며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식. 그러니 그리스가 복지를 많이 해서 저렇게 망했다는 소리나 하고 있지.
더군다나 민주주의를 외치거나 노동문제 및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는 단어부터 시작해서 세월에 따라 좌익용공, 좌파, 종북 등으로 부르고 매도한다지만 말은 똑바로 하랬다고, 정작 박정희 본인이 원조 친일파이자 원조 빨갱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지난 세월 쌓은 업보랄까, 빚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다. 설마 좋은 것만 유산으로 물려받고, 역사의 아픔들은 고개돌려 시선을 외면하는 편리한 마인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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