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단독] 청와대, 내곡동 계약서 등 위·변조 가능성
ㆍ땅값 분담 합리화 위한 감정평가액 조작 여부 수사
ㆍ대통령 개입 드러날 땐 일파만파… 특검, 연장 추진
청 와대가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이 불거진 뒤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위법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돼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불법적인 사후 짜맞추기 의혹’은 이번 수사의 본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과 청와대의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사건의 본류를 압도할 수도 있다.
특히 이명박 또는 측근이 ‘불법적인 사후 짜맞추기’를 지시했거나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앞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문제가 불거진 뒤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의 입막음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키웠다.
특검팀은 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 3명이 지난해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진 뒤 내곡동 사저부지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각종 서류를 위·변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이명박 아들 시형씨(34)와 경호처 간 땅값 분담률을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사저·경호동 부지의 필지별 감정평가액을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8일 필지별 감정평가 내용을 청와대에 제공한 감정평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뒤부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청와대의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해 6월 사저부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이어 약 3개월 후인 같은 해 9월 언론과 정치권에서 “청와대가 시형씨 몫의 땅값 6억~8억원을 떠안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10월19일 시형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특 검팀은 경호처 실무자 3명이 사후 짜맞추기를 주도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나 김인종 전 경호처장,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지시하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팀은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본인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뒤 커다란 정치적 파장이 일었던 만큼 이명박이 사건의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 수습도 이명박의 지시 또는 묵인 아래 이뤄졌거나 적어도 이명박이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문제가 불거진 뒤 청와대가 사후 수습에 나선 다른 정황도 이미 포착한 상태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부동산중개료 1,1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가 대납한 뒤 지난해 10월 의혹이 불거지자 김백준 전 기획관이
김세욱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돈을 받아 채워놓은 정황을 잡았다. 특팀이 새로 포착한 이번 의혹은 청와대의 배임 및 시형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가 사후에 자료를 짜맞췄다면 원자료가 노출될 경우 사저부지 매입 과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자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1차 수사기간 종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새로운 의혹이 포착됨에 따라 특검팀은 이번주 말쯤 청와대에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경향신문 / 정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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