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유해 감식 결과 "머리 가격 후 추락해 사망"
유신정권에 항거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의 유골 감식 결과 타살 의혹이 짙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준하선생 사인진상 공동위원회(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ㆍ민주통합당 장준하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같은 유해 정밀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유해감식은 이정빈 서울대 명예 교수(법의학)의 주도로 국내외 법의학자, 범죄학자 등이 참여해 이뤄졌다.
이 교수는 유해 감식 결과와 사망 당시 현장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며 "두개골과 엉덩이뼈(관골) 골절이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없다. 두개골 골절은 가격에 의해, 엉덩이뼈는 추락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두개골과 엉덩이뼈 골절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어깨뼈에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장 선생의 어깨는 멀쩡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이 교수는 "머리에 가격을 당한 뒤 목뼈(경추)가 손상돼 즉사하면 혈액순환이 모두 정지 된다"면서 "장 선생의 경우 유해에서 출혈의 흔적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머리를 가격당한 뒤 숨진 상태에서 추락해 엉덩이뼈가 골절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다. 또 이 교수는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계곡에서 미끄러져 추락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장준하 선생이 사망한 장소인 경기도 포천군 소재 계곡인 약사봉 현장 사진을 제시하며 "약 17도의 경사에 14.7m길이의 계곡에서 미끄러져 추락했다면 피부에 찰과상이 많아야 하지만 사체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면에 붙어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실족사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족 장호권씨는 "유해 정밀감식을 통해 살인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면서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장 선생의 유골은 2011년 8월 묘소 뒤편 석축이 무너져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때 장 선생의 두개골 등에서 타살의혹이 제기돼 장준하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유골 정밀감식 조사를 진행했다.
CBS / 홍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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