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OCP 통해 오픈소스 네트워킹 솔루션 개발키로
지난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솔루션업계에 웃어넘기기 힘든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페이스북이 서버와 스토리지에 이어 네트워크 장비까지 오픈소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롭2013에서 페이스북은 자사가 주도하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의 다음 목표인 오픈소스 네트워크 개발를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OCP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을 담당하는 스위치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분리한 장비로 개발할 계획이다. 네트워킹업계에 작년부터 불어닥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에 대해 페이스북이 주도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SDN은 라우터, 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에서 컨트롤 플레인을 데이터 플레인과 분리해 추출하고, SW형태의 중앙집중형 컨트롤러를 통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구현모델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제조사 하드웨어 종속성을 없애려는 시도가 오픈플로 프로토콜 개발로 나타났다. 한편에선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SDN 구현을 위한 API를 개방하고, 오픈플로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 장비는 제조사마다 독자적인 ASIC과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완벽히 통합된 형태의 어플라이언스로 공급된다. SDN 중에서도 오픈플로는 제조사 종속성을 없앨 열쇠로 기대된다.
■페이스북 "진짜 개방형 SDN 만들겠다"
페이스북의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SDN의 구현모델을 따른다. OCP의 오픈소스 네트워킹 프로젝트는 진정한 SDN을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묘사된다. 프랭크 프란코브스키 OCP 회장 겸 페이스북 하드웨어 디자인 및 공급망 운영 부사장은 "스마트하고, 확장가능하며, 효율적인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블랙박스 스위치를 통해 바깥 세상과 연결하고 있다"라며 "이는 규모 있는 배포에 맞지 않으며,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OCP는 개방벅이고, OS 독립적인 톱오브랙(TOR) 스위치를 위한 명세서와 레퍼런스 박스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는 SDN이 계속 진화하고, 번창하게 해줄 것이며, 사용자가 전체 인프라 스택을 유연하고, 확장가능하며, 효율적인 수립하는데 자유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내부
OCP의 네트워킹 개발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의 네트워크 엔지니어링팀에서 근무하는 나얌 아마드가 이끌게 된다. 프로젝트에는 빅스위치, 브로드컴, 커뮤러스네트웍스, 인텔, 네트로놈, 오픈데이라이트,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 VM웨어 등이 참여한다. 프로젝트는 오는 16일 메사추세츠공대에서 열리는 OCP 엔지니어링서밋에서 시작된다.
■왜 네트워킹업체에 충격인가
SDN과 오픈플로는 기존 네트워킹 솔루션 진영에 강력한 충격을 던져왔다. 각 제조사별로 보유했던 독자기술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시스코시스템즈가 독보적으로 향유해온 네트워크 장비시장을 뒤흔들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SDN 진영은 최근들어 제조사들의 발빠른 대응에 혼전양상을 보였다. 장비업체들은 오픈플로를 수용하는 한편, 고객사에게 빼앗긴 SDN 개발흐름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시스코, IBM 등 제조사 주도의 오픈소스 SDN 플랫폼 개발 연합체 '오픈데이라이트'가 그 일환으로 출범했다. 페이스북의 오픈소스 네트워크 개발 선언은 서버시장의 충격파를 네트워크 시장에도 던질 잠재력을 갖는다. 기술력에서 앞선 제조사들이 SDN 흐름을 자신들의 것으로 되찾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기 때문이다.
SDN과 오픈플로는 당초 스탠포드대학교, 유타대학교 등의 연구진과 AT&T, 구글, NTT 등의 서비스기업 주도로 개발됐다. 네트워크업체 대부분은 시장흐름에 끌려가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픈데이라이트의 출범에 전후해 SDN은 제조사 주도의 흐름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이전까지 SDN을 개발해온 서비스업체들은 뒤로 물러나며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페이스북이 이른바 '총대를 멘' 것이다.
■네트워크솔루션기업, OEM회사로 격하되나
페이스북은 2년전 OCP를 통해 자체 개발한 서버 디자인을 공개해 HP, 델, IBM 등의 브랜드 x86서버시장을 뒤흔들었다. 페이스북과 OCP가 공개한 서버 디자인은 타이완과 중국의 주문자부착생산방식(OEM) 서버업체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로써 세계 x86서버 시장은 기존 서버강자 주도에서 대형 인터넷서비스업체 주도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OCP의 오픈소스 네트워크 스위치가 완성되면 서버 시장에 던진 충격처럼, 기존 네트워크업체를 OEM업체로 격하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네트워킹 솔루션 시장은 대형 인터넷서비스업체와 통신사업자, 호스팅서비스업체가 막대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OCP의 네트워킹 스위치는 서비스제공업체의 사용환경에 맞게 디자인되고 페이스북 내 실제 운영환경에 적용되는 만큼 공개 직후 즉각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페이스북이 오픈소스 스위치를 개발하면서,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프로젝트 참여자의 면면을 보면, 오픈플로를 포함해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포함됐다. SDN의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기술 선택은 또하나의 시사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터플레인과 컨트롤러 간 통신을 위한 프로토콜과, 네트워크 OS, 멀티 데이터센터 연결을 위한 오버레이네트워크 기술 등이 어떤 형태로 구현되느냐에 따라 향후 SDN 표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디넷코리아 / 김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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