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현미, 씨눈있는 쌀과 향미(香米) 그리고, 혼합 잡곡
`식객`에서 성찬이는 말했습니다. "밥상의 주인은 밥"이라고. 네.. 우리는 보통 '밥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로 '반찬은 뭘로 할까..'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밥에 대한 생각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밥은 그냥 쌀 있으니까 그거 씻어서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에 한다는 정도.. 마침 혼합 잡곡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길래 1Kg짜리 여섯 봉지를 구입했는데 이미 집에 있던 쌀들 하고 같이 한 번 밥을 해보기로 합니다.
`소프트 현미`라는 건 글쎄요.. 생각에 그냥 현미는 씹히는 식감이나 먹기가 좀 껄끄러운 면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약간의 도정을 거친 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는 쌀을 주문하면 직접 바로 도정해주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 가서 얼핏 구경을 해보니 `5분도 미`보다 덜 도정된 쌀로 보이기도 하던데 그래서 현미에 더 가까운데 그냥 겉부분만 살짝 도정한 것 같습니다.
씨눈 혹은 `쌀눈이 있는 쌀`은 한 8분도 미랑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쌀의 끝에 `눈`이 있는게 보입니다. 쌀의 영양가는 대부분이 쌀눈에 있죠. 쌀눈 나오게 하려고 조금 더 가까이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는데 쌀눈이 보이시죠?
그리고, 이건 `향미`입니다. 무슨 쌀이 유전자 자체가 누룽지의 계보를 이어 받은건지 생쌀에서부터 아주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는 밥을 지은 다음에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퍼집니다. 덕분에 밥맛이 x5배는 더 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구입한 혼합잡곡이군요. 여기에는 찹쌀, 쌀보리, 현미찹쌀, 기장, 수수, 차조, 완두콩, 밀쌀, 강낭콩, 울타리콩, 할맥, 압맥, 흑미 등이 골고루 들어있어 밥 자체가 영양식이 될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단을 구성할 때 자연에 가까운 음식들을 가급적 많이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럴려면 음식재료나 식단 준비에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우신 분들이 많은게 또 현실이죠. 하지만 그래도 점점 노력을 해야 됩니다.
삶의 중심은 결국 비싼 옷이나 장신구, 평수 넓은 집과 배기량이 큰 차가 아니라 깨끗한 주방과 깔끔하고 제대로 된 음식 재료에 있어야 합니다. 거기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 왜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을 먹어야 하는지는 다음에 말씀드리기로 하죠.
자, 이제 쌀 가지고 장난치는 건 그만하고, 밥을 해야되겠죠. 모두 계량컵으로 한 컵씩 부어주었습니다. 이제 이걸 씻어줘야겠죠. 성찬이의 강의는 이어집니다. "쌀을 씻을 때에는 박박 씻지 말고 움켜쥐듯 주무른다. 쌀을 씻어낸 첫물은 쌀겨 냄새가 배지 않도록 빨리 헹군다."고 합니다.
밥은 제가 하지 않습니다. 우리집에는 밥하는 요리사가 따로 있지요. 그 이름도 예쁜 `쿠쿠`라고. “쿠쿠~, 부탁해요.” 하면서 씻은 살을 넣고 버튼을 살포시 눌러줍니다. 현미에 잡곡이기 때문에 시간은 그냥 쌀로 하는 거보다 좀 더 걸립니다. 쿠쿠가 밥을 하는 동안 레뷰 추천을 누가 누가 했는지 살펴보고 있으니까 밥이 다 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약간 뜸이 들 정도를 기다린 다음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드러그려(사투리?) 주어서 밥을 세워야 한다는 것! 을 성찬이가 강조합니다.
이렇게 다 된 밥은 그냥 먹어도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그저 김치나 깍두기, 혹은 김하고만 먹어도 충분하지요.
금방 지어 고슬고슬하고 따끈한 밥 한 공기 하실래예~. ㅋ
성찬이의 마지막 말 "맛있는 밥이란 쌀이 밥이 될 때 흡수하는 물의 비율, 쌀이 밥이 되면서 늘어난 부피, 온도, 향기와 성분, 그리고 입 안에서 느끼는 밥의 찰진 정도와 단단함, 씹히는 맛, 혀에 닿는 감촉으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방 지은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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