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산 매각과 민영화
자산이 매각될 때 현물서비스나 명시적 수입이 희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매각으로 수입을 창출한다는 아이디어는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로 자신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볼때 정부의 자산매각은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재정을 더욱 약화시켰다.
아르헨티나가 아주 적절한 사례다. 1990년대 아르헨티나는 민영화 잔치를 벌였다. 국영전기회사, 국영전화회사, 국영항공사, 철도청, 우체국 등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국영회사들을 민간기업에 매각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심지어 고속도로 서비스마저 민간기업에 팔아치웠다.
오늘날 아르헨티나에서는 민간기업이 고속도로 요금을 징수하고 우표를 판매하며 열차 및 비행기 승차권을 발매하고, 전화서비스를 제공한다. 유감스럽게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들 국영기업의 매각대금을 모두 공짜 돈, 즉 새로운 수입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의 관리들은 그 돈을 핑계삼아, 국영기업을 매각하지 않았을 때의 정부지출액보다 훨씬 많이 소비했다. 자산매각이 기껏해야 가장매매이고, 또 재정적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는 이런 관점은, 세대 간 회계의 기본이론을 이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 = C + D + V - T - H
A : 미래 세대들의 부담
C : 정부 재정지출의 현재가치
D : 공식 부채
V : 암묵적 부채
T : 현 세대들의 납세액의 현재가치
H : 정부 금융자산가치
이 공식대로라면 국가를 중고품 시장에 내놓는 일은 미래 세대들이 안게 되는 부담 A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먼저 고정자산의 매각을 예로 들어보자. 위의 공식은 고정자산의 가치를 명시적으로는 포함하지 않지만, 만일 정부가 국가의 고정자산을 매각한다면 고정자산의 매각대금만큼 H가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매각으로 인해 정부의 고정자산이 금융자산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부의 제품과 서비스 구매대금의 현재가치인 C도 증가할 것이다. 사실상 C는 매각해버린 바로 그 고정자산을 다시 임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정확히 매각대금만큼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A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음에는 정부가 금융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H를 구성하는 유가증권을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것은, H의 규모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현금 또한 금융자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과 똑같다.
즉 보유주식은 감소하지만 현금보유액이 증가하고 따라서 전체 금융자산은 변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H가 변하지 않으므로 미래 세대들의 부담인 A는, 자산매각이 다른 정책의 변화를 야기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다.
정부자산 매각과 관련된 진짜 문제는 그것이 고정자산이든 금융자산이든 간에 H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다. 그 대신 C와 V(현 세대에게 지급되는 이전지출의 현재가치)와 T(현 세대가 내는 납세액의 현재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진짜 문제다. 미래 세대들의 미래 재정부채를 다시 측정하는 공식의 왼편에 있는 A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불행히도 그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정부나 아르헨티나 정부, 혹은 지구 상의 모든 정부는, 자체의 회계장부를 작성할 때 위에 나온 기간에 걸친 예상책정의 기본구조를 사용하지 못하다. 대신 정부들은 자산매각을 당장의 세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산매각이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자의 금액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반적인 관행은 이보다 좀더 편리하다. 그런 관행은 정부로 하여금, 그런 관행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적자보다 좀더 적은 적자를, 또는 그런 관행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흑자보다 좀더 많은 흑자를 보고하도록 만든다.
어쨌든 정부들은 그들의 재정이 자산매각 덕분에 보다 건실해져서 늘어난 정부지출과 줄어든 세수입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재선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재정지출인 C와 암묵적 부채인 V를 증가시키거나, 현 세대들의 부담인 T를 감소시키거나 이러한 세 가지 반응이 복합된 결과를 만들어낸다.
최종결과는 언제나, 공식의 반대편에 있는 V 즉, 미래 세대들의 부담 증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고정자산 매각의 경우 우리 저자들은 C(정부지출)가 H(정부금융자산)보다 좀더 많이, 어쩌면 아주 많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위의 세 가지 일이 모두 발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금융자산의 증가보다 지출을 더 많이 늘렸고, 암묵적 부채를 증가시켰으며, 현 세대들의 조세부담을 감소시켰다. 다른 말로 하면 아르헨티나는 국영기업의 매각대금을 청구서지불(매각하지 않았으면 지불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청구서)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아르헨티나는, 단기적자가 줄었다는 점을 내세워 정부지출과 이전지출을 늘리고, 감세조치를 단행했다는 의미에서 매각대금을 소비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로 바꿔보면, 이것은 2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그 대출금을 신용카드대금이나 일반부채를 변제하는데 사용하기보다는 흥청망청 쇼핑하는데 써버린 것과 똑같다.
결국 국가를 중고품 시장에 내놓고 떨이로 팔아야 할 처지에 몰렸을때, 그것은 이익도 손해도 아니다. 어쩌면 사정을 더욱 악회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국가를 전부 내다 팔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누리 정권의 연명이 끝나는 시기 (0) | 2014.11.17 |
---|---|
앞으로도 바뀌는게 없을 대한민국 (0) | 2014.11.17 |
드러난 국정원의 민낯짝 (0) | 2014.11.17 |
`다이빙벨 · 천안함 프로젝트` 빌미 '괘씸죄' 감사 (0) | 2014.11.17 |
"성희롱엔 농담으로 대응" 고용부 면접요령 슬쩍 삭제 (0) | 2014.11.15 |
세월호 침몰, 정부 발표는 거짓말! (0) | 2014.11.15 |
겨울철 발이 시려울때 USB 발열 슬리퍼 (0) | 2014.11.15 |
축구대표 평가전, 요르단 경기를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같이 보기 (0) | 2014.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