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6. 19:02

호모 데우스(Homo Deus)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 8점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김영사

처음에 책장을 넘겼을때 흥미로움을 느끼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사피엔스에 대한 부분에서는 다소 지겨운 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시 적잖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내용이라 재미있는 지적 독서가 되었습니다.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책의 내용에서 앞으로의 인류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뒷 부분에서는 향후 인간들이 걷게 될 앞날을 크게 2가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기존의 인본주의에 `기술`이 결합된 기술 인본주의입니다.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데이터`의 흐름에 불과하다는 빅데이터를 신봉하는 `데이터교`입니다. 이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교를 보다 현실적인 미래로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기 보다는 그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실은 유전자와 처해 있는 환경의 제약 속에서 뇌의 뉴런들과 시냅스 간의 작용으로 도출되는 결과들이라는 견해를 보이면서 영혼과 자아(Ego, 에고)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육신만 있는 단일체가 아니라 몇 가지가 결합된 복체인데 여기에는 감정체, 에너지체, 그리고 혼백과 불멸의 빈두라 불리는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저자도 `진정한 자아`는 인정을 하고 있네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또 파시즘이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와 극좌 공산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난 30년 동안 세상을 많이 망쳐놓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게 읽으면서 좀 의아했습니다.

한편으로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은데 기존의 컴퓨터와 달리 언제부턴가 새로운 유형의 비의식적 지능이 출현했고 이로 인해 패턴 인식 유형의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면 이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의식이라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또 어떨까요.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하는가'일 겁니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지능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모든 빅데이터의 조합과 분석으로 내리는 결정이 무조건 따라야 할 절대선이고, 모든 경우에 실수없이 무결점을 가지며 옳기만 할 것인지. 그 어떤 실수나 그와 비슷한 경우는 없을까. . 만약 자그마한 실수라도 있다면 그로 인한 파급력과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어쨌든 우리 인간은 어느 순간 빅데이터와 그것을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더 이상 분석하거나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때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끝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과 차원이 다르고, 오늘날 현대의 사람들이 중세 시대의 옛날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듯이, 미래에 보다 진화된 인간들은 기술의 힘으로 수명과 건강, 그리고 지적 능력이 강화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차이에서 오는 격차는 지금의 양극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 극단적으로 벌어져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별 볼일 없는 계층으로 나누어지는 암울한 시대로 접어들게 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은 아주 무겁게 들려옵니다.

`종교`가 세속적 질서를 굳건히 하려는 시도인 반면, `영성`은 그런 질서에서 도망치려는 시도이다.

21세기의 기술은 생명공학 + 컴퓨터 알고리즘이 될 것이고, 주요 생산품은 무기와 자동차, 섬유가 아니라 마음과 뇌, 인간의 몸이다.

산업혁명이 노동자 계급을 창조했다면, 우리가 목도할 과학혁명은 `쓸모없는 계급`을 창조할 것이다. 21세기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도 없으며, 사회의 번영, 힘과 영향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쓸모없는 계급`은 그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