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 19:04

"일본에서 미투 운동하려면 매도당할 각오해야", 日 피해자들

체제순응 강요가 폭로 저지
종군위안부 인정 않으려는 것도 '침묵 강요' 때문

전 세계적으로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여성들은 "미투"라고 말하려면 남들로부터 매도당할 위험을 무릅써야만 한다.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들이 같은 여성들로부터 비난 받는 일이 잦은 일본에서는 #미투 운동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소피아 대학의 미우라 마리(三浦 まり) 교수는 "오랜 세월 여성들이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던 특수한 사회에서는 지원과 정의를 찾는 대신 많은 희생자들이 성희롱 등 공격당한 것을 잊으려 시도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본에는 여성 해방을 위한 여성들 간 동지 관계가 부족하다. 희생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 공개를 꺼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성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한 여성 언론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역시 성폭행 폭로에 따른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토는 일본 검찰이 지난 2015년 자신을 성폭행한 유명 TV 기자를 처벌하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온라인 댓글들은 이토가 TV 기자를 유혹했으며 유명인의 삶을 망치려 한다고 비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여성들조차 그녀의 폭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이토는 말했다.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이토는 자신의 성폭행 피해 경험을 담은 책 '블랙박스'를 펴내면서 일본 내에서 성폭행 피해에 대한 공개토론을 시도했으나 소수의 여성들만이 함께 했을 뿐이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 쓰노다 유키코(角田由紀子,여)는 "많은 사람들이 이토 시오리 문제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원 출신으로 성(性)다양성 운동가인 이케우치 사오리(池內沙織)는 "체제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력이 원치 않는 성관계 등 많은 문제들에 있어 여성들의 침묵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성폭행범이 재판을 받는 것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그나마 처벌도 미미하다. 2017년 성폭행범으로 재판받은 1678명 가운데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85명으로 17%에 그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요코하마(橫浜) 검찰이 10대 여학생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유명대학 학생 6명에 대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석방한 일도 있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2차대전 중 일본이 저지른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인들을 침묵하게 만들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대한 동정심조차 갖지 않게 만든다. 그럼에도 일부이긴 하지만 여성들의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 사실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그 자신 성폭행 피해자인 고바야시 미카라는 여성은 같은 성폭행 피해 여성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들을 돕는 활동을 펴고 있다. 그녀는 피해자들을 이해하고 지원을 제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ttp://v.media.daum.net/v/20180228160158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