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0. 06:42

우리나라 남부지방 흙에서 ‘후쿠시마발 세슘’ 검출

“방사능 유입 경로 재검토 필요”

우리나라 남부 일부 지방의 흙에서 일본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나 중부지방에서는 나오지 않아 유입 경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고 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는 29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 50여군데의 대기와 토양, 빗물 등의 시료를 토대로 방사능 오염을 측정한 결과, 최근 남부 일부 지역에서 세슘 134, 137과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세슘은 핵실험 등 인위적인 상황에서만 나오는 물질이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돼 토양에 스며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시기구는 덧붙였다. 세슘 검출량은 2~3베크렐 이하로 사람이나 환경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최선수 감시기구 감시센터장은 “세슘이 고리 원전이나 영광 원전 인근 등 남부지방에서는 검출됐으나 동해 쪽은 포항 이북, 중부는 지리산 북쪽 지역에서 검출되지 않아 북한을 통해 유입됐다는 기존의 설명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기상청 등은 2010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때 편서풍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직접 우리나라 상공에 날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일부 방사능 물질이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하는 기류를 타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국지성 바람으로는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건너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검사 결과는 이를 뒤집는 것이어서 유입 경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최근에도 대기의 방사성 물질 측정은 다달이 한번씩, 토양은 일년에 2번씩 실시하고 있으나 전국 토양에서 세슘은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환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 서기관은 “지난 22일 고리 원전 인근 시냇물에서 미미한 양의 요오드 131이 검출된 적은 있지만 갑상선 암 환자의 배설물이 냇물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한겨레 / 이근영 선임기자